隱居를 꿈꾸다

가을의 문턱에서

먼 숲 2012. 9. 6.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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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블러그 < 겨울해후의 추억>에서>

 

 

 

 

한여름이 다가도록 나는 우연히 만난 저 사진속의 풍경처럼

산그늘이 내려오는 산등성이 앉아 기우는 산빛 따라 隱居를 꿈꾸었다

마음의 山門밖을 내다보며 은둔의 고요를 그리워하였다

지금까지 살아 온 생의 불편한 자리들이 운명처럼 주어진 내 자리였을까

여직껏 고향 언저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살면서도

마음은 늘 떠돌이처럼 구름이 되고 바람이 되어 방랑길에 올랐다

마음이 안주하지 못하는 방랑은 그렇게 역마길에서 또 다른 길을 꿈꾸곤 한다

내가 머물고 싶은 隱居의 자리는 어디일까

젊은날부터 길을 떠난 길에서 그 마음자릴 찾아 헤맸다

바다가 보이는 남쪽에선 바다를 향해 서 있었고

첩첩산중 산속에선 물소리 맑은 골에 암자처럼 앉아 있었고

구불구불 고샅길 따라 길을 가는 시골에선

 노을진 언덕에서 들꽃처럼 풋풋하고 은근하게 살고 싶었다

그러나 이 짧은 생은 내 삶의 이정표도 없이 허망히 산것처럼 쓸쓸해 보인다

사람살이 모두 그렇다 하며 위안하기엔 가끔 우리 삶이 형편없이 보일때가 많다

요즘들어 자주 무얼 위해 허덕이며 살고 있는 걸까 하는

실없이 답도없는 질문을 지우며 아침길을 나선다

어찌 사는 게 내가 해야 할 책임만 가득하고 내려 놀 자리는 없는가

아무 근심없이 꽃이 피면 꽃을 보고 바람불면 바람소리 들으며

단촐하니 흙을 벗삼는 자연이 되고 싶어진다

벌써 내일이 찬이슬이 맺히는 백로다

절기가 가을로 접어 들어 아침 저녁이 서늘하고 바람이 건조하다

습했던 감정들이 마른풀처럼 말라가며 가슴속이 허전해져 간다

서슬퍼렇던 綠빛에서 초록기운이 탈색되어 그 빛이 순해져 간다

아침마다 마주치는 감나무의 열매에 가을물이 들어가기 시작하고

비스듬히 기운 햇살이 풀섶 깊숙히 파고 들면서 물기가 말라간다

떠돌던 마음자리가 기우는 가을빛을 따라 잠시 산속으로 향하면서

계절이 오고 계절이 가는 길을 따라 바람처럼 길을 떠난다

늘 그렇게 내 삶은 모르는 간이역에 내려

낯선 거리를 방황하다 다시 길을 떠나곤 한다

현실과 이상의 경계길에서 먼 산을 보듯 서성이는 것이다

먼저 주말에 벌초를 하기 위해 산에 올랐었다

빛 밝은 선산에 올라 먼 들판을 내려다 보니 가을이 가까이 와 있었다

풀벌레 우는 산길을 내려 오며 가을속에 마음의 집을 짓는다

코스모스처럼 바람에 흔들리는 가을집을 짓는다

아직 낙엽을 노래하지 않는 이 초가을이 노을처럼 정겹다

 

 

 

2012년 9월 7일     먼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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