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히 앉아 본 뒤에야 평상시의 마음이 경박했음을 알았네 침묵을 지킨 뒤에야 지난 날의 언어가 소란했음을 알았네 일을 돌아본 뒤에야 시간을 무의미하게 보냈음을 알았네 문을 닫아건 뒤에야 앞서의 사귐이 지나쳤음을 알았네 욕심을 줄인 뒤에야 이전의 잘못이 많았음을 알았네 마음을 쏟은 뒤에야 평소의 마음씀이 경박했음을 알았네
진계유(陳繼儒ㆍ1558-1639)
■ 여름과 가을 사이에 서 있다 가을로 기우는 그리움을 막연하게 지켜보며 인사를 나누고 싶은데 눈 앞에서 다가서지 못한다 벽으로 둘러 쌓인 내 안의 뜰은 그림자도 없이 무기력하다 생각조차 움직이기 싫은 권태로움이다 여전히 구름도 없고 바람도 없는 사막이다 풀섶에서 익어가는 짙은 가을 들꽃향이 그립다 이슬젖은 풀섶을 거닐면 정신이 맑아질 것 같다 가을이 문턱에 와 있는 듯한데 가을이 그립다 아직 가을이 먼 것일까 구월이다 가만 불러보면 모음처럼 울림이 둥굴다
2012년 9월 4일 먼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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