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무대의 막은 올라 흥이 무르익어가고 있었다 촉촉히 가을비가 오는 우중에도 화려한 조명은 꺼지지 않고 붉고 노란 레이스 무복을 입은 안달루시아 무희들의 무대를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강렬한 기타연주의 판당고 리듬과 흥을 돋구는 캐스터네츠 박자에 맞춰 무희들의 원무는 절정을 향해 타오르고 박수를 치는 환호성이 꽃비처럼 쏟아졌다 산을 중심으로 돌고 도는 원무의 황홀한 춤사위가 서서히 잦아들 즈음 일순 오르가즘에 오른 붉은 립스틱의 무희들이 탄성을 지르며 동작을 멈춘다 다시 꽃을 던지는 환희에 찬 관중들의 아우성이 비바람에 화르르 쏟아진다 조용히 무대 뒤로 사라지는 무희들의 치맛자락에 붉은 단풍이 쓸려간다 축제는 끝나가지만 아직 꺼지지 않은 여운으로 무대는 열기가 가득하다 晩秋다
2011년 11월 1일 먼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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