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으로 저물다

떠나는 것에 대한 그리운 애증

먼 숲 2011. 10. 22. 18:46

 

'그리움으로 저물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진 조 영 환 님>

 

 

 

 

 

 

간밤에 내린 가을비에 아침길에 낙엽이 낙화처럼 난분분하다

갑자기 쏟아져 내린 낙엽길을 가노라니

어느새 라는 순간적인 허무함에 마음을 여민다

오늘이 된서리가 내리고 명을 다한 나무가 겨울준비에 든다는 상강이란다

시절은 벌써 늦가을로 들어서서 낮은 들판은 마른 풀로 변하고

 추수가 끝나 드문드문 바닥을 드러낸 논바닥과 밭고랑이 썰렁하다

이 가을비 그치면 아직 푸르름이 가득한 저 산들도

금새 갈빛으로 물들고 무성한 옷을 벗으리라

매번 똑같은 가을이 돌아오는 절기앞이건만

여전히 이때가 되면 서리맞은 풀처럼 시들해진다

훅 지나간 시간들이 낭비해버린 세월처럼 남루하다

내게도 아름답게 블타던 가을이 있었나 하는 반추의 기억속에서

그저 가을의 추억은 쓸쓸했을 뿐 풍요롭지 못했다

열정적이지 못했던 삶의 그림자는 빛 고운 단풍으로 물들지 못하고

어느새 늦은 가을속에 당도해 있는 느낌이다

이제 흐릿하게 떠나는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나에게서 떠나는퇴색한 애증어린 기억들이 가뭇해지기 시작한다

이미 집착이 사라진 많은 생각들이 낙엽처럼 떠나고 있는 것이다

가장 소중하게 븥들고 있던 나에 대한 집착이 집을 허믈었다

아마 가을이라는 계절에 반응하는 마음의 행로일지 모르지만

시나브로 떨어져 날리는 낙엽길에 서니 마음이 허하다

그리운 것마져 시들해지는 이 가을, 무언가 불타는 열정을 보고싶다

떠나는 것들에 대한 연민의 정이 잠시 단풍처럼 물드는 늦가을

문득 법정스님의 글귀가 생각나 적어 본다

 

 

세월은 가는 것도 오는 것도 아니며
시간 속에 사는 우리가
가고 오고 변하는 것일 뿐이다


세월이 덧없는 것이 아니고
우리가 예측할 수 없는
삶을 살기 때문에 덧없는 것이다

 

- 법정스님의 세월과 인생 중에서-

 

2011년 11월 24일    먼    숲

 

 

 

晩 秋  (0) 2011.11.01
퇴폐적인 슬픔으로 거리에 나서다  (0) 2011.10.25
되돌릴 수 없는 것들 / 박 정 대   (0) 2011.10.17
가을색  (0) 2011.10.13
가을빛으로 저물다  (0) 2011.1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