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 뮈 / 이 기 철
그대가 노벨 문학상을 받던 해 나는 한국의 경상도의 시골의 고등학생이었다 안톤 슈낙을 좋아하던 갓 돋은 미나리 잎 같은 소년이었다 알베르 카뮈, 그대의 이름은 한 줄의 시였고 그치지 않는 소나타의 음역(音域)이었다 그대 이름을 부르면 푸른 보리밭이 동풍에 일렁였고 흘러가는 냇물이 아침 빛에 반짝였다 그것이 못 고치는 병이 되는 줄도 모르고 온 낮 온 밤을 그대의 행간에서 길 잃고 방황했다 의거가 일고 혁명이 와도 그대 이름은 혁명보다 위대했다 책이 즐거운 감옥이 되었고 그대의 방아쇠로 사람을 쏘고 싶었다 다시 오지는 않을 것이다, 그 열광과 환희는, 그러나 나는 후회하지는 않으련다 아직도 나는 반도의 남쪽 도시에서 시를 쓰며 살고 있지만 아직도 나는 백 사람도 안 읽는 시를 밤새워 쓰고 있지만 이 병 이 환부 세월 가도 아주 낫지는 않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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