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빛을 닮다

비 온 후

먼 숲 2011. 7. 18. 09:09

 

   

 

 

 

 

 

 

 

 

 

 

 

 

 

 

 

雨中에는 침잠된 내 안에 갇혀선지 밖이 잘 보이지 않는다

긴 장마기간동안 내다보지 못한 바깥은 어둠처럼 깊어진 녹음이 산맥을 따라 멀어져 간다

문득 저녁나절 차창을 통해 내다 본 여름 풍경을 보며

나는 지금 무엇을 보며 사는지 묻고 싶어진다

한달 사이에 무럭무럭 자란 여름이 갑자기 장성한 자식을 보는 듯 건장한 기세를 펼치고 있다

어둔 녹음이 골을 메우고 웃자란 농작물이 고랑을 감추며 푸르른 힘을 자랑한다

어깨까지 차 오른 옥수수가 수림처럼 싱그럽고 주렁주렁 달린 풋고추가 독이 오르기 시작했다

오이, 호박, 고구마같은 덩굴식물들이 손을 뻗어가며 무서운 기세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여름들판은 온갖 생명체의 푸르른 전장터가 되어 소리없이 생존의 전쟁을 치루고 있다

저절로 싹 트고 자라는 야생의 생명력이 온 세상을 점령하는 듯

여름의 들판은 저마다의 생존경쟁을 위해 군집하여 자신들의 城을 이루고  경계를 지우며 꽃을 피운다

밭둑엔 개망초가 하얗게 진을 치고 허리께까지 자란 날카로운 억새가 수풀을 이루며 접근을 막는다

숲은 이렇게 평화로운 생명들의 푸르른 아우성이

자연의 질서를 유지하며 여름 한 철 생의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다

한동안 빗소리에 갇혀 아름다운 초록의 소리를 잊고 있었다

이 비 그치면 더운 여름의 들판에 나가 그들의 생명력을 보라

 자연의 섭리를 따라 한 생의 마무리를 위해 자신을 키우고 꽃피우려는 아름다운 생명력

이 여름의 뜨거운 열정과 야성을 비 그친 들에 서서 들어보고 싶다

 

 

 

2011년 7월 18일     먼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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