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 fool to want you
비오는 오후, 커피향이 눅눅한 습기처럼 번지는 카페에 깊숙히 앉아 거리를 내다보고 싶다 커피잔에 암연처럼 가라앉은 젖은 생각들이 피어 오른다 맑고 쓴 커피 한 잔을 마시며 빌리 홀리데이의 음악을 듣는다 비애로 가득찼지만 우아한 그녀의 목소리가 암갈색으로 가라앉아 저윽한 을림으로 스며든다 불행하고 처절했던 그녀 삶의 밑바닥에 고였던 어둔 슬픔을 감히 우린 안다고 할 수 있었을까 어느날 갑자기 다가든 슬픔이 아닌 타고난 슬픔의 역사를 가진 그녀의 짧은 일생이 빗속에 젖는다 비참한 검둥개의 일생에서도 오직 노래를 위해 살며 노래로 슬픔을 승화시키던 빌리 홀리데이 그 어떤 모멸과 핍박에서도 결코 굴하지 않은 노래에 대한 영혼 자유롭고 아름다운 슬픔의 목소리가 폐부 깊숙히 빗소리처럼 흘러 내린다 어둔 조명 아래서 머리에 하얀 치자꽃을 꽂은 그녀가 노래를 한다 나는 식어가는 커피를 마시며 비 오는 창밖을 내다본다 비와 째즈 영혼을 섞는 사랑이다 치자꽃이 피면 장마가 시작되고 치자꽃이 지면 장마가 끝난다 그러나 그녀 머리 위에 핀 하얀 치자꽃은 계절없이 피어있다 빌리 홀리데이 , 그녀는 왜 치자꽃을 사랑했을까 이제 빗속을 벗어나련다 치자꽃 향기도 젖었다
2011년 7월 10일 먼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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