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함을 듣다

나에게 쓰는 편지

먼 숲 2010. 10. 6.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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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대의 외로움은 키 큰 침엽수같아 참 쓸쓸해 보이지요

가시돋힌 온 마음으로 서 있을 뿐

바람에도 흔들리지 못하는 직립에 가끔 허리마져 뻐근하지요 

그리고 스스로에게 찔리고 부딪치는 통증은

오히려 아픈 자신을 치유하는 연민이 되기도 합니다

 

때론 말없는 눈빛은 더 쓸쓸하기도 합니다

어디에 멈추어있는지 모를 시선과 적막한 눈빛을 보면

지난 세월길이 보여 아무것도 물을 수가 없어집니다

그 때는 바람부는 벌판에 선 겨울나목같기도 해

나도 그 겨울나무 그림자 끝에 서 있게 됩니다

 

사는 건 저마다의 모습이기도 해

애써 다른 이의 역사를 알 필요는 없겠지만

세상이 단지 외롭고 쓸쓸하다는 이유로

때론 멀리서 다른 사람의 그림자를 그리워 하기도 합니다

나는 내 슬픔으로도 벅차 앞만 보고 사는 경우가 많지요

하지만 그게 제 나름의 삶의 무게이기도 할 겁니다

 

이 가을 누군가가 그리운 건

내 안이 쓸쓸하고 내가 그리운 이유일겁니다

어디에서도 머무를 수 없는 방랑

깊어지는 내향성일수록 쓸쓸함도 깊어집니다

한 때 열정처럼 힘겹고 불에 데인 듯 아팠던 건

모두가 돌아서 살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의 간격때문일 겁니다

 

허나 아름다운 건 그러한 간격에서 보고 느끼는 것

떨어져 있는 거리가 멀수록 그리움도 깊어지는 걸 겁니다

떠난다는 건 다시 되돌아 갈 수 있는 길이 생기기도 하기에

나에게 다가갈 수 없을 땐 떠나기도 합니다

그렇게 나와의 간격은 늘 쓸쓸한 바람이 붑니다

 

나에게 돌아간다는 것 참 쓸쓸하기에

떠도는 방랑은 여름꽃처럼 따듯하고 애뜻할 수도 있겠지요

하여도 더이상 시름없이 무너지고 싶지 않아

보여지는 모든 것이 끝이 아니라고 생각하기에

이 가을 마음의 빗장을 닫고 싶어집니다

 

-  가을은 쓸쓸함을 듣는 계절이기에  -

 

 

 

2010년 10월 7일     먼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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