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은 떠나도 마음의 응달가에 잔설처럼 오래 남아 있다
아직 봄이 오기엔 멀지만 이젠 겨울을 보내고 싶다
그저 겨울은 묵은 해의 남겨진 삶의 우울한 무게라 생각하고
춥고 웅크린 어깨와 시린 마음을 녹이며 겨울과 이별하고 싶다
정초부터 쏟아진 폭설로 갑작스런 장애를 겪듯 불편하고 힘들었지만
모처럼 풍성한 雪景에 취해 아름다운 동화를 꿈꾸었다
겨울은 춥고 쓸쓸하지만 하얀 눈같은 童心이 아직도 변하지 않고
유리처럼 맑은 얼음속에서 녹지않고 화석처럼 남아있는 것 같다
아침 저녁으로 만나는 응달진 삶의 위태로운 빙판길과
영등포 역사에서 찬바람을 피해 한대잠을 자는 노숙인들
좀체로 오르지 않는 현실의 체감온도로 목을 움추리는 요즘이다
밝고 따사로운 햇살같은 날들이 그리워진다
서둘러 꽃소식을 묻지 않지만 먼 남쪽의 봄소식이 그립다
노란 수선화 피고 매화 향기 춘설처럼 날리는 봄날을 꿈꾸며
해빙의 물소리를 따라 겨울을 보내고 싶다
2010년 1월 23일 먼 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