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읽는 詩

사월에 걸려 온 전화 / 정 일 근

먼 숲 2009. 4. 18.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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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월에 걸려 온 전화

 

 

정 일 근

 

 

사춘기 시절 등교길에서 만나 서로 얼굴 붉히던 고 계집애

예년에 비해 일찍 벚꽃이 피었다고 전화를 했습니다

 

일찍 핀 벚꽃처럼 저도 일찍 혼자가 되어

우리가 좋아했던 나이쯤 되는 아들아이와 살고 있는

아내 앞에서도 내 팔짱을 끼며, 우리는 친구지

사랑은 없고 우정만 남은 친구지, 깔깔 웃던 여자 친구가

꽃이 좋으니 한 번 다녀가라고 전화를 했습니다

 

한때의 화끈거리던 낯붉힘도 말갛게 지워지고

첫사랑의 두근거리던 시간도 사라지고

그녀나 나나 같은 세상을 살고 있다 생각했는데

우리 생에 사월 꽃잔치 몇 번이나 남았을까 헤아려 보다

자꾸만 눈물이 났습니다

 

그 눈물 감추려고 괜히 바쁘다며

꽃은 질 때가 아름다우니 그때 가겠다, 말했지만

친구는 너 울지, 너 울지 하면서 놀리다가 저도 울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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