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생각의 끝이 이어지지 않고 단음처럼 끊긴다 머리를 찾아 생각하려 하면 꼬리를 끊고 도망가버린 도마뱀처럼 잘려진 음절의 동강들이 헝클어진 퍼즐조각처럼 죽어 있다 머리속이 갈수기를 맞은 저수지가 되어 점점 갈라진 바닥을 드러낸다 차라리 하얗게 비어있거나 굳은 망각의 화석이 되었으면 좋겠다 가을이 깊어지자 어눌한 언어마저 시든 잎새처럼 힘없이 떨어지며 의문의 꼬리표를 달지 않고 "그랬습니다" "하였습니다 " 라는 단순한 수직의 종결어미로 하루의 일상이 낙하하고 맙니다 요샌 구차하게 서술하고 맥없이 나열하는 일조차 손을 놓고 싶습니다 낙엽같은 말이 무의미하게 뒹구는 황폐한 가슴을 방치한 채 벙어리로 사는 가을은 조금씩 젖은 우울이 쌓여만 갑니다 단풍 들 듯 이별은 순식간에 오고 추억은 빛을 잃어갑니다 붉게 물들지 않은 조락의 언어를 쓸어내고 어지러운 행간을 비질하여 상념의 마당 가득, 가을 그림자를 그릴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2008.11.3 일. 먼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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