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숲에서 오솔길까지

가을길을 걷고 싶다

먼 숲 2008. 10. 3. 16:06

 

    

 

 

 

 

 

 

 <사진 : 네이버 sun6322님의 포토갤러리에서>

 

 

 

 가을여행을 권유하는 기별이 단풍처럼 날아든다

모든 걸 내던지고 같이 떠나고픈 독약같은 유혹에 마음 아리지만

지금 내게 주어진 현실은 바람처럼 떠날만큼 여유롭지 못하다

그러나 이 가을 그런 기별마져 없다면 얼마나 삭막할까

황금 휴일을 맞아 낙엽처럼 날아든 소식에 그리움만 실려 보낸다

가을 여행은 홀로도 좋지만 한 두사람 말벗만 있으면 더 좋으리라

붐비지 않는 삶의 변두리를 돌아 천천히 에움길을 걸으며

들판에 뛰어노는 메뚜기나 방아깨비와 잠자리, 그리고

그윽한 가을 노래 부르는 풀벌레들 놀라지 않게

 해밝은 가을길엔 지친 발자욱을 남기지 않으며

무거운 발자욱 소리도 남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가을 들녘을 걸을 때 이젠 말이 필요치 않으리라

오십년을 산 허허한 세월 앞에서 말조차 군더더기다

그저 서로가 눈부신 가을볕만 바라 보아도 좋으리라

질문도 해답도 명상도 필요없는 가벼운 침묵의 포행길에서

가을바람만큼만, 부드러운 억새꽃만큼만 가벼워진다면 좋으리라

아름다운 결실의 계절 앞에서 문득 초라해질 수 있는 자신에게

"사는게 다 그렇지"," 억울하다고 생각하지 마 " 하는 위로의 말도 전해주며

고생했다고, 열심히 살았다고, 잘 참아 주었다고

마음 토닥이며 내 등짐과 그림자를 가벼이 하고 싶다

나를 사랑해주는 가족과 지인들 덕에 나는 덤으로 잘 살았다고

따스한 가을길을 걸으며 고맙고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

어느덧 순리를 따르고 순종하는 나이인데 아직도 미련스런 고집이 많다

아직 욕심없이 살만큼 마음길 닦지 못하고 어둡지만

눈부신 양광의 가을길을 걷는 동안은 모든 욕심을 버리고 싶다

땀내나는 누추한 입성에 향긋한 구절초 향기 배어나도록

호젓한 산길을 따라 느릿한 걸음으로 걸으며

될 수 있으면 굽이굽이 고랑진 적막한 시골길을 가고 싶다

너울거리는 산그림자 속으로, 깊어진 가을속으로 가고 싶다

 

 

 

2008.10.3 일.    먼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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