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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우가 몰아쳐 간 영국의 아름다운 해안가 콘 월 깎아지른 듯한 단애와 푸르른 바다의 수평선이 이어진 작은 어촌 마을의 오두막 라벤더의 꽃향기가 가득할 것 같은 아름다운 정원속에 지어진 오두막은 결고운 세월의 흔적으로 나무계단과 가구들이 골동품처럼 정겹고 윤기나는 세월의 무늬를 그리고 있다 그 오두막에 세월의 풍랑을 지나 폐경이 언제 지났는지 기억하기도 먼 주름진 두 자매의 할머니가 별로 달라질 것 없는 평범하고 잔잔한 일상으로 서로를 의지한 채 살아가는데 간밤의 거센 파도에 밀려 기억을 잃은 젊은 청년이 해안가에 표류한다 칠월의 푸른 수목처럼 싱그런 청년이 두 자매의 황혼속으로 표류하면서 수평선처럼 고요롭던 여인들의 마음에 잔잔한 파문이 일게 하더니 말도 통하지 못하던 청년의 건강이 회복되고 그가 유능한 바이올리니스트라는 걸 알고 자신들의 불꺼진 창에 라벤더빛 그리움과 사랑을 불씨를 당긴 청년을 잃을까 조바심치게 한다 뮤료한 삶에 희망을 주던 청년이 잃었던 기억을 되찾아 날개를 단 새가 되어 잠시 머물던 둥지를 떠나야 하는 과정에서 겪는 갑작스런 마음의 갈등이 애잔하고 아름다운 연보랏빛 짝사랑의 빛으로 눈부신 콘월의 해안가에 출렁인다 잠시 지나는 태풍처럼, 한여름밤의 꿈처럼 이루어질 수 없는 인연이 찾아 온다면 그 누군들 설레이지 않을까 여인들의 사랑은 모성적인 연민에서 물들었는지 모르지만 각자 마음속에 지닌 사랑의 빛깔은 다른 것 사막에서도 꽃이 피듯 묵정밭처럼 버려진 마음이라도 심장은 따듯해 사랑을 꽃 피울 수 있는 것 같다 할머니와 청년이라는 세월의 거리에서 물들어 오는 숨겨진 사랑의 감정이 보일때마다 이야기는 희극적이고 가벼울 수 있지만 오랜 세월의 베테랑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가 혼란스럽고 미묘한 사랑의 감정을 자연스럽게 표현하고 고귀한 사랑으로 승화시키며 주름지고 볼품없는 여인이 아닌 사랑스런 질투와 두근거리는 감정의 살아있는 여인으로 변한다 동화속처럼 아름다운 해안가의 서정적 풍광의 영상이 눈을 사로잡는다면 조슈아 벨의 섬세하고 아름다운 바이얼린 연주가 바닷가 멀리 흐르는 배경음악의 선율은 아득한 해조음이 되어 사랑이란 감정의 현을 애잔한 울림으로 밀려오게 한다 영화처럼, 소설처럼, 인생의 황혼기에 라벤더빛 향기의 사랑을 꿈 꾸지 않지만 영화를 보면서 마음속 촉촉히 젖어드는 알 수 없는 감정의 흐름은 영화속이나마 꿈결같은 연보랏빛 로맨스가 덧없는 세월을 돌이키고 싶도록 서글프게 하기 때문인 것 같다 이 다음, 라벤더빛 사랑은 아니더래도 찔레꽃 향기 은은한 시골의 오두막에서 골동품처럼 남겨진 추억을 회상하며 향기롭게 욕심이지만 고요로히 늙고 싶다
2008.8.18 일. 먼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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