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산그림자

몸만이 길이다

먼 숲 2007. 11. 23. 16:33

 

 

 

 

 

 

 

 

 

 

 

 

 

 

 

희말라야 설산에는 길이 없다

길이란 어디에도 없고

가야한다는 생명의 복받침만이 있다

인간의 앞쪽으로 뚫린 길은 없다

길은 몸으로 밀고 나간 만큼만의 길이다

그래서 길은 인간의 뒤쪽으로만 생겨난다

그리고 그 뒤쪽의 길조차

다시 눈속에 지워지는 것이어서

길은 어디에도 없고

길은 다만 없는 길을 밀어서 열어내는

인간의 몸속에 있다

 몸만이 길인 것이다

 

<김훈의 8000미터의 희망과 고독에서> 

 

먼 세월의 길은 아니라도

한 해의 발자취를 돌아 볼 시간이다

고단한 일상의 길을 바삐 오가며

똑같은 하루의 굴레를 순환하는 동안

권태로움과 피곤함에 나는 불만만 토로했다

그만큼 돌아보면 아쉽고 소중한 게 시간이다

희망하는 무엇이 되거나

무엇을 남기고 싶다는 생각이

욕심이고 허황됨을 나중 알지라도

아직은 감사하는 마음으로

내가 몸으로 부딪쳐  길을 내고

그 길을 가야하는 게 순리일 것이다

문득 책을 보다

김훈의 등잔불같은 글귀를 적었다

지금 이 시간 다시 되뇌이고 싶은

마음에 길을 내는 글귀이다

 

『 인간의 앞쪽으로 뚫린 길은 없다

길은 몸으로 밀고 나간 만큼만의 길이다

그래서 길은 인간의 뒤쪽으로만 생겨난다

그리고 그 뒤쪽의 길조차

다시 눈속에 지워지는 것이어서

길은 어디에도 없고

길은 다만 없는 길을 밀어서 열어내는

인간의 몸속에 있다

 몸만이 길인 것이다』

 

2007.11.25 일, 먼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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