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듣는 메아리

십일월, 빌리 할리데이의 노랠 듣다

먼 숲 2007. 10. 28. 13:08


 


 

 

 

 

 

 

 

 

추적추적 가을비처럼 깔리는 그녀의 노랫소리가

서걱거리는 만추의 거리에 젖어든다

타고난 불행을 벗을 수 없는 운명이라 슬퍼했다면

영혼을 울리는 목소리 또한 神이 주신 축복이리라

마약에 찌들어 생을 마감하였다 하여도

붉은 피 쏟으며 자결하듯 부르는 노랠 들으면

그녀의 영혼은 치자꽃처럼 순결하다

노래를 부르기 위해 운명을 버린 여인의 영혼은 자유로웠을까

섹스폰의 젖은 선율이 가을안개처럼 스며드는 저녁

흘러간 과거의 옷자락에서 낙엽냄새를 느낀다

용서하고 싶다. 내가 지니고  살았던 아픔들도

조용히 사랑하고 싶다

지금 내가 걸어가야 할 조락의 가을길마져

 

붉고 노랗게 물들며 사라지는 낙엽이나 노을처럼

소리없이 저무는 건 평화다

저무는 건 아름답고 그리운거다

세월이 흘러, 이제 그녀의 노래엔 통증이 없다

마른 바람소리처럼 영혼을 흔드는

그녀의 노래가 가을강을 따라 흐른다

한 때 절규처럼 울부짖던 노래가

먼 세월 하구의 물살에 쓸려

이젠 포근하고 따스한 온기를 느낀다

취하듯 몽환처럼 꿈을 꾸고 싶다

호박색 불빛 흐르는 어느 까페에서

그리운 그녀의 노랠 들으며

내가 사랑해야 할 계절을 만나고 싶다

 하루만이라도 깊은 가을빛 사색에 취하고 싶다

내일은 십일월이다

십일월은 그녀의 노래처럼 쓸쓸하다

십일월은 숲을 지우고 외로운 산이 된다

 

2007.10.31 일.  먼     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