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프랑스 인도 이탈리아 4개국이 공동 제작에 착수, 7년을 걸려 완성했다는 영화 <삼사라> 삼사라’는 무슨 뜻일까? 삼사Samsara라는 산스크리트어로 '생과 사의 순환'이라는 뜻이다. 일반적으로는 윤회라고 하는 재생의 전 과정을 뜻한다. 모든 생명은 끊임없이 새로운 상태로 다시 태어난다는 것이다. 이번의 삶이 유일한 기회라는 느낌은 없고, 죽음은 끝인 만큼 시작이기도 하며, 하나의 태어남에서 다음의 태어남으로 가는 과정이지 최종적인 해체가 아니라는 것이다. 존재하는 모든 것이 재생하는 것은 우주의 섭리이므로, 순환하는 그 모든 것, 삼사라 자체가 세상이 된다.
출가한 승려 타슈가 마을을 지나는 동안 이끌린 농부의 딸 페마와의 사랑에 번뇌하다 환속해서 그녀와 아이낳고 살다가 결국은 다시 깨달음의 길로 되돌아가는흔히 종교영화에서 볼 수 있는 그런 주제입니다만, 배경이 티벳이라서 그런지 그 느낌이 맑고 순수해서 좋더군요. 영화의 줄거리는 다섯 살에 불교에 귀의한 타시는 성인이 될 때까지 모범적인 수도승 생활을 한다. 결국 3년 3개월 3일간의 고된 수행도 성공적으로 마쳐 교단의 신뢰를 한 몸에 받지만, 어느 날 갑자기 처음 겪게 된 성욕에 당황하게 된다. 이후 마을에서 우연히 만난 농부의 딸 페마에게 한 눈에 반하고, 스승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경험을 해 봐야 포기도 할 수 있다며 절을 떠난다. 타시는 페마와 함께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한다. 이후 아이를 낳고, 세상일에 끊임없이 부딪히게 되면서 타시는 예상치 못한 난관을 차례차례 겪으며 속세의 생활에 눈을 떠간다. 과연 이것이 맞는 인생일까. 욕망의 발현으로 인한 여러 가지 일들을 고루 겪은 후 찾아온 스승의 죽음. 타시는 이 소식을 듣고 다시 한 번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그러나 페마는 그런 타시에게 날카롭게 묻는다. “그 누가 야쇼다라의 이름을 알죠?” 그녀의 핵심을 찌르는 질문은 깨달음 뒤에 남겨진 이들의 고통을 위한 것이 아닐까. 진리를 향해 홀로 달음박질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었던 게다. 이처럼 철학적인 내용이 담겨 있지만, <삼사라>는 결코 지루한 영화가 아니다. 라다크 지방의 아름다운 자연 환경은 다채로운 색채로 곱게 화면을 수놓는다. 또한 라다크 사람들의 이국적인 의상과 풍습은 영화 이전에 한 편의 생생한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하다. 덕분에 다소 어려운 내용도 아름다운 풍경과 화면 속에 녹아들어 그저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다.
이 영화의 압권은 다음 두 대목이지요. 그 하나.
타슈가 막 사원으로 들어가려는 순간 아내 페마가 환상으로 나타나 타슈를 꾸짖는 대목.....
아쇼다라! 아쇼다라가 누군지 아시나요? 싯달타, 고타마, 석가, 부처...이게 누군지는 다들 잘 알아요. 그러나 아쇼다라는 몰라요. 싯타르타의 부인이 바로 아쇼다라예요. 아쇼다라는 진심으로 남편을 사랑했어요. 그런데 아쇼다라와 아들이 잠을 자고 있는 동안 싯다르타가 떠났어요. 깨달음을 얻고 부처가 되기 위해서였지요. 단 한마디 말도 없이 떠났어요. 작별인사도 없이.... 사실 아쇼라라는 싯다르타보다 훨씬 먼저 병자들에게 자비를 베풀었어요. 남편보다 더 먼저..
어떻게 생각하면 싯다르타가 부처가 된 것은 그런 아내 덕이 아니었을까? 아쇼다라야말로 남편과 아들을 두고 어디론가 멀리 훌쩍 떠나고 싶지 않았을까? 싯다르타가 떠난 뒤 아쇼다라가 어떤 심정이었는지 아무도 몰라요. 얼마나 화가 났을까. 얼마나 절망했을까. 버려진 심정이 어땠을까... 아쇼다라 생각은 아무도 하지 않았어요.
아쇼다라가 아들에게 뭐라고 답했을 것 같아요. 아들이 아버지가 어딨냐고 물어보면, 뭐라고 답했야 돼요? 여자가 한밤중에 아이를 버리고 떠나는 일이 가능할 것 같아요. 그건 남자나 하지 여자는 할 수 없어요. 알겠어요? 그건 남자만 할 수 있다구요. 남편이 떠나고 아쇼다라가 뭘 할 수 있겠어요. 결국 야스타라는 세상을 등지고 출가했어요. 삭발하고 비구니가 되어 고행의 길을 걸었어요.
불법을 향한 당신의 마음이 만약 여직껏 나에게 보여주었던 사랑만큼만 뜨거웠더라면 이미 부처가 되고도 남았을 텐데 아니잖아요. 아닌가요?
또 하나는 타슈가 자책감에 땅에 쓰러져 울부짖다가 일어났을 때 문득 그의 눈에 들어온 사원의 돌담에 올려진 돌에 새겨진 경전 글귀....
어떻게 해야 한방울의 물이 영원히 마르지 않을까? 물방울을 바다에 던져버리면 되지.
이 영화의 모든 내용을 압축하는 한마디이지요. 그때 타슈가 고개를 드니 하늘에서는 독수리 한 마리가 그의 마음을 어루만지듯 둥글게 원을 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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