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화, 흰빛들 / 전동균
뒷뜰 매화나무에 어린 하늘이 내려와 배냇짓하며 잘 놀다 간 며칠 뒤
끝이 뾰족한 둥근 잎보다 먼저 꽃이 피어서, 몸과 마음이 어긋나는 세상의 길 위로 날아가는 흰빛들
아픈 생의 비밀을 안고 망명하는 망명하다가 끝내 되돌아와 제자리를 지키는 저 흰빛의 저 간절한 향기 속에는
죄짓고 살아온 날들의 차디찬 바람과 지금 막 사랑을 배우는 여자의 덧니 반짝이는 웃음소리, 한밤중에 읽은 책들의 고요한 메아리가 여울물 줄기처럼 찰랑대며 흘러와 흘러와
새끼를 낳듯 몇 알 풋열매들을 드넓은 공중의 빈 가지에 걸어두는 것을 점자처럼 더듬어 읽는다

시집 [함허동천에서 서성이다] / 세계사 배경음악...Long long ago / Yuriko Nakamura 배경그림...새벽 / 박항률
(자료출처 : 사진과 시)
■ 다시 매화詩 한 수 를 올립니다. 이미 꽃이 피었다는 기별은 연두빛 속달 편지로 전해졌지만 마음 한 구석 응달진 산비탈엔 잔설이 분분합니다. 그리운 이들에게 매화가 피었다고 마음을 전하는 틈 새로 보이는 저 진달래빛 저고리의 소매엔 속절없는 서러움도 젖어 있습니다. 그 녀가 날 선 동정을 고쳐 달고 하얀 버선발로 봄 길을 나서면 푸룻한 봄 보리 밟으며 "봄처녀" 노래라도 부르겠습니다. 고목에 매화 한가지 피워 올리는 그리움으로, 절절하게...
2005.3.14일. 먼 숲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