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읽는 詩

매화, 흰빛들 / 전동균

먼 숲 2007. 1. 29. 10:19
 
 
 
 
 
 

 

 


매화, 흰빛들 / 전동균
 
뒷뜰 매화나무에
어린 하늘이 내려와 배냇짓하며
잘 놀다 간 며칠 뒤
끝이 뾰족한 둥근 잎보다 먼저
꽃이 피어서,
몸과 마음이 어긋나는 세상의
길 위로 날아가는
흰빛들

아픈 생의 비밀을 안고 망명하는
망명하다가 끝내 되돌아와
제자리를 지키는
저 흰빛의
저 간절한 향기 속에는

죄짓고 살아온 날들의 차디찬 바람과
지금 막 사랑을 배우는 여자의
덧니 반짝이는 웃음소리,
한밤중에 읽은 책들의
고요한 메아리가
여울물 줄기처럼 찰랑대며 흘러와
흘러와

새끼를 낳듯 몇 알
풋열매들을
드넓은 공중의 빈 가지에 걸어두는 것을
점자처럼 더듬어
읽는다
 


 

시집 [함허동천에서 서성이다] / 세계사
배경음악...Long long ago / Yuriko Nakamura
배경그림...새벽 / 박항률
(자료출처 :  사진과 시)
 
■  다시 매화詩 한 수 를 올립니다. 이미 꽃이 피었다는 기별은 연두빛 속달 편지로 전해졌지만 마음 한 구석 응달진 산비탈엔 잔설이 분분합니다. 그리운 이들에게 매화가 피었다고 마음을 전하는 틈 새로 보이는 저 진달래빛 저고리의 소매엔 속절없는 서러움도 젖어 있습니다. 그 녀가 날 선 동정을 고쳐 달고 하얀 버선발로 봄 길을 나서면 푸룻한 봄 보리 밟으며 "봄처녀" 노래라도 부르겠습니다. 고목에 매화 한가지 피워 올리는 그리움으로, 절절하게...
 
2005.3.14일. 먼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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