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 울 잠
한 도 훈
땅 속 깊이 들어가
한 천년 잠들었으면 싶다
두발 머리 쪽으로 모두고
눈 지그시 감은 채
어머니 대지의 거대한 궁전 안에
태초의 모습으로 돌아갔으면 싶다
땅의 체온을 느끼고
땅가슴이 두근대는 그 설레임을
심장에 새겨넣고 싶다
제비꽃이며 앵초꽃이며
온갖 꽃씨들이 나에게 소곤대는
그 소리를 듣고 싶다
천년 뒤 어느날
꽃들이 일제히 피어나는
수선스런 몸짓에 놀라
깜짝 잠에서 깨어나고 싶다
찔레꽃 덤불 속에 숨어
가만히 세상을 엿보고 싶다
-시집 ‘오늘 악어 떼가 자살을 했다' -
<서양화 이 동 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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