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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샘추위
/ 정 진 경 /
매화나무는 한창 곡필을 논쟁 중이다
잔털 벗은 가지 위에 백지꽃잎 상소문을 걸어놓고
자연의 섭리에 따라 꽃비를 내릴 것인지
온난화 현상, 성급한 기온에 과육을 익힐 것인지
꽃놀이 행락객 시선에 맞춰 가지를 굽힐 것인지
해빙기 언쟁이 온 산에 터지고 있다
늙은 나무 배꼽 위에선 어느 새
고물고물 벌레들이 알을 낳고
동장군 꽃바람 군무는 더한층 논쟁을 달군다
봄이 오기도 전에
흰매화나무는 종자끼리 당파 지어
저들끼리 피었다 지고 저들끼리 찬란하게 피어 쑥덕거리고
그러다보니
직언하는 홍매화 한 그루 저 홀로 피었다 지고
곡필의 논쟁은 온 산에 구경꾼들을 불러들인다
-시집 ‘알타미라 벽화’(현대시)
<사진 "빛으로 그린 세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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