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의 빗장을 열어 주세요
갈비뼈로 엮어진 문살 사이에서
방황의 서성임으로 늘 어둠까지 이어지고
문설주에 기댄 그리움도
풍화된 나뭇결로 퇴색했소이다
종일 문을 열어 놓아도
바람만 오가는 나와의 간격
헛기침같은 인기척에
성글던 뒤란의 가을꽃이 집니다.
사는 건 늘상 하루의 문지방을 들락거려도
들어가는 문도 나오는 문도 없는 터널
성장통을 앓으며 넘어선 문턱을 지나
가없는 세상을 점자처럼 더듬거리며 좁은 문을 들어서면
다시 산이고 산이였습니다
뒤틀린 돌쩌귀에 마음 찧이며
열리지 않는 문들을 체념하며 사노라니
이젠 내 마음의 문이 열리지 않았습니다.
어느덧 살아온 날은
수많은 시간의 행간을 채우며
희노애락의 문 들락거려
결곱던 문고리는 낡고 녹슬고
내 생의 격자 무늬에 달무리집니다
그래도 창호에 빛이 드는 순간마다
우린 환한 꽃그늘처럼 아름다운 날도 있었지요
간혹 내 삶이 슬프기도 하다고
혼자 문 닫고 운적도 많았지요
때론 희미한 옛기억의 발을 들치고
지난날을 들여다 보기도 합니다
오래 전 감춰진 일기장을 보듯
마룻결처럼 길들여진 여백을 보면
얼룩진 心像의 나열이 새롭기도 합니다
지금도 저 가려진 발을 들치고
옛 기억의 쪽문을 들어서면
눅눅한 골방에선 내 추억이 이끼처럼 자라고 있습니다.
한 때 감옥같던 시절이 자주 있었지요
나를 가둔 게 무언지 나는 무기수처럼 감옥에 갇혀
빛을 피하기도 하고 그마져 외로워
창 틈으로 새어드는 빛을 따라
새처럼 어디론가 날아가고 싶었습니다
아침마다 탈출을 꿈꾸면서도
어김없이 발길은 학교로 향하고 있었지요
처음 사회라는 문을 들어선 시절
그 낯선 환경에서 잠시나마 새롭고 흥미롭기도 했습니다.
적어도 군에가기 전까지 푸르는 나이의 시간은...
어디에 문을 두드려야 할 지 몰랐습니다
어떻게 사는 게 내가 길 길인지 몰라
의문의 문고리를 붙잡고 길을 묻고 싶었습니다
해답의 문은 열리지 않고 내가 원하는 일을 하는 게
가장 행복할 거라 생각했지만 바라만 보다가
허공같은 시간속을 지나고 말았습니다
시간을 낭비한 허탈한 마음과
열정으로 태우지 못한 차디찬 가슴을 안고
한 때 마음의 문을 걸어 잠그고 방황하던 시절
도피처럼 구도의 문을 그리워하기도 했지요
문을 열고 혼자 나온 사바 세계
문을 닫고 다시 돌아갈 곳 어딘지요
내 어미의 자궁을 빌어 나온 한 생
다시 흙이 되어 무엇으로 환생할지 궁금합니다
보잘것 없는 미물이 될지 언정
한 때 꿈틀거리며 살았던 이승
잊지않고 기억하고 싶습니다
수많은 문을 통해 본 아름답던 세상을...
오고 감이 문이 아닌 바람이였나요
|
'먼 숲에서 오솔길까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처음 기억을 읽는 가을 (0) | 2007.01.26 |
---|---|
산수유와 생강나무 (0) | 2007.01.26 |
겨울나기 (0) | 2007.01.26 |
소 나 기 (0) | 2007.01.26 |
아내와 걷는 오솔길 (0) | 2007.01.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