隱居를 꿈꾸다

지중해를 꿈 꾸다

먼 숲 2012. 8. 9.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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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그 나이였어
시가 나를 찾아왔어
나는 몰라, 그게 어디서 왔는지
겨울에서인지, 강에서인지
언제 어떻게 왔는지 모르겠어
누가 말을 해준 것도 아니고
책으로 읽은 것도 아닌데
침묵도 아니었어
하여간 어느 거리에선가 날 부르고 있었네
밤의 가지에서
느닷없이 타인들 틈에서
격렬한 불길 속에서
외로운 귀로에서
그 곳에서 얼굴 없이 사는 나를 건드렸네

파블로 네루다의 ‘시(詩)’ 중에서



 


 

 


 

 

팔월의 언덕에서 詩의 바다를 바라다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마음에 펼쳐지는 수평선이 詩였으면 좋겠다

노래하지 않더라도 마음으로 읽을 수 있는 행간이 되어

자박자박 다가오는 물결처럼 너에게 다가가고 싶다

푸르른 수평선의 서두에 "詩가 나에게로 왔다" 라고

망망한 詩의 바다에 발을 담그고 싶다

서른의 해협을 지나고부터 먼 마음자락은 지중해를 꿈꾸었다

들끓는 현실에서 벗어나 막막하게 다달은 절벽에서 바라보는 바다가 지중해였다

망망한 상념의 끝은 지중해의 청람빛 수평선으로 열려 있어

가끔 일포스티노의 마리오처럼 바다가 보이는 언덕에 올라

오랫동안 말없이 끝없는 지중해의 파란 물빛을 바라보았다

어쩌면 나에게 詩는 가끔씩 귓가를 적시는 푸른 해조음인지도 모른다

지친 영혼을 깨우고 씻어주며 해안가를 적시는 파도소리인지도 모른다

물새들이 백사장에 써 놓은 총총한 詩처럼 내 마음속의 행간들도

사르륵 사르륵 밀려오는 물살에 지워지는 모래발자욱일지도 모른다

팔월은 누군가에게 사랑의 밀어를 전하는 행복한 우편배달부가 되고 싶다

흰구름처럼 부푼 낭만을 바닷빛으로 포장한 소포를 배달하고 싶다

해바라기가 환하게 피어있는 집, 삼색 봉숭아, 분꽃, 채송화가 피어있는 집

결고운 마루를 지나 정갈한 마당에 하오의 정적이 머물고 있는 집 쪽문에

푸른 파도소리 담은 팔월의 편지를 배달하고 싶다

난 아직도 지중해의 비취빛 수평선을 꿈꾼다

나는 오늘도 지중해가 보이는 언덕에서

나에게 배달 될 푸르른 詩를 기다린다

 

 

 

2008.8.3 일.   먼    숲

 

 

 

■  열대야에 지친 마음 끝에서 지중해를 꿈 꾸며 옛글을 다시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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