隱居를 꿈꾸다

여름 꽃밭의 詩

먼 숲 2012. 7. 25.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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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드 라 미

 

 

                                                          송   찬   호

 

                    

맨드라미 머리에 한 됫박 피를 들이붓는 계관식 날이었다

폭풍에 멀리 날아간 우산을 찾아 소년 무지개가 길을 떠나는 날이었다

앵두나무 그늘에 버려진 하모니카도 썩은 어금니로 환하게 웃는 날이었다

 

멀고 가까운 곳에서 맨드라미 동문들이 찾아와 축하를 해준 날이었다

봉숭아 금잔화 천일홍등으로 구성된 장독대 악단의 찬조공연도 펼쳐진 날이었다

우리도 가만 있을 수 없지, 일요회 소속 맨드라미파 화가들도 풍경화 몇 점 남긴 날이었다

 

이거 약소한데요, 인근 슈퍼에서 후원한 박카스도 한 병씩 돌리는 날이었다

오늘 참 이상한 날이네 웬 붉은 깍두기들이 이리 많이 모였지?

땀 뻘뻘 흘리며 나비검침원이 여기저기 찔러보고 다니는 긴긴 여름날이었다

 

-계간 <서시> 2008, 봄호

 

 

 

 

 

 

 

 

 

 

 채  송  화

 

 

                                                   송   찬   호

 


이 책은 소인국 이야기이다 

이 책을 읽을 땐 쪼그려 앉아야 한다 

책속 소인국으로 건너가는 배는 오로지 버려진 구두 한 짝 

깨진 조각 거울이 그 곳의 가장 커다란 호수 

고양이는 고양이 수염으로 포도씨만한 주석을 달고 

비둘기는 비둘기 똥으로 헌사를 남겼다 

물뿌리개 하나로 뜨락과 울타리 

모두 적실 수 있는 작은 영토

나의 책에 채송화가 피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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