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은 어김없이 제 자리로 돌아와 강물처럼 흐른다 엊그제 오월의 문을 열은 듯 싶은데 금방 유월의 달력을 바꾼다 한 해의 반이 남았다는 느낌보단 한 해의 반이 훌적 지나갔다는 아쉬움이 더 크다 요즘 들어선 빨리 세월이 흘러갔으면 하는 맘이면서도 현재 내 나이를 가늠하는 게 믿겨지지 않는다 내 위로 살아계신 이들의 나이를 실감치 못하니 어찌 내 나이를 실감하랴 누군가 꽃 중년이라 말해 준다면 그도 감지덕지할 일이다 유월은 장미의 달이라선지 어딜가나 장미꽃이 아름답다 붉은 넝쿨장미가 터널을 이루거나 월담을 하며 꽃타래를 이루며 피었고 공원이나 아파트 화단엔 여러색의 장미가 탐스럽게 피었다 아침길에 보는 장미는 정말 싱그럽고 아름답다 우아하고 멋진 여인을 보는 듯이 그 자태가 곱고 가히 꽃의 여왕답다 장미에 대한 찬사는 더 이상 서술할 것도 없는 사족이지만 이젠 참 아름답다는 감탄사보단 그냥 부러운듯이 바라보는 마음이 더 쓸쓸하다 그만큼 시들어가는 내 모습은 꽃에 견줄만한 차이도 없이 세월은 화려한 장미의 계절을 아주 멀리 지나온 것이다 스무살 시절 유월의 창을 열면 바로 분홍빛 장미가 고운 향기로 피어 있었다 창 너머 핑크빛 장미가 피면 가슴에 물드는 연정은 뜬구름처럼 일어 로미오와 줄리엣을 꿈꾸며 세레나데를 부르고픈 낭만에 빠지기도 했었다 그렇게 푸르른 청춘 시절 사랑과 낭만을 꿈꾸면서도 장미처럼 향기롭거나 가시에 찔리는 아픈 사랑을 해보지 못했다 언제나 내 삶은 사랑보단 부딪혀야 할 현실의 벽이 앞서 있었다 핑크빛 사랑! 참 꿈같은 한 시절의 낭만이었건만 젊은날은 어둔 먹빛 옷이였다 그래도 추억처럼 잊혀지지 않는 순정의 시간은 찔레향처럼 은은하게 남아 있어 사랑이라 말할 수 없는 소소하게 설레고 그리웠던 순간들조차 이제 희미하게 잊혀져가는 세월이지만 잠시 유월의 장미 정원에 서니 감미롭다 이제 내 사랑을 향해 분홍 장미 꽃다발을 전하고픈 셀레임은 없다 하여도 아침저녁으로 장미가 피는 화단옆을 지날적마다 잠시 그 앞에 멈춰 선다 인생은 덧없이 늙어가도 여전히 장미꽃은 아름답다 붉은 입술같은 꽃송이와 부드러운 살빛의 꽃잎과 매혹적인 꽃향기 가시를 감추고 있는 그녀의 우아한 자태 앞에서 오 ! 아름다운 로즈여! 다시 올 수 없는 사랑이여! 하며 주문처럼 불러본다 푸르른 녹음속에서 더욱 싱그런 장미여! 네가 부럽다
2012년 6월 5일 먼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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