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두차례 봄비에 서설처럼 꽃잎이 지고 낙화의 자리에 푸르름이 돈다 올해도 꽃구경 한 번 못하고 봄이 가고 말았다 언제 마지막이 될 지 모르니 한나절 어머니 모시고 바깥구경이나 하고 싶었는데 한달내내 내가 휴일도 없이 일에 쫓겨 결국 허망하게 낙화만 바라보았다 핑계처럼 해마다 그렇게 봄은 가고 어머닌 꽃피는 봄을 놓치고 말았다 이 봄도 가고 이제 한 여인의 역사도 저물려 한다 모든 역사가 평탄치 못하지만 한 여인의 역사도 기구한 비운의 주인공이다 사람의 역사는 한 생이 저물면 묻혀버리고 사라지는 허무한 오고감의 자리다 어머닌 아흔이 내일 모레니 힘겨운 세상 오래 사셨다 해마다 겨울나기가 걱정이였는데 올핸 무사히 넘기셨다 다시 봄은 오고 어머닌 창창한 정신이다가도 가끔 맥을 놓으시듯 기운이 없으시다 그 연세에 앙상한 몸이 뻣뻣하니 아프지 않은 곳이 없다는 말씀이 병일 수 없어 그냥 암말 못하지만 아마도 갇혀있는 답답한 외로움이 더 큰 병일 것이다 "이제 빨리 가야하는데 오래 살어" 하시는 말씀이 이젠 서운치 않게 들리지만 사람 목숨의 오고 감이 어디 우리 맘대로 되는가 저 화사한 낙화처럼 휭하니 깨끗이 떠나는 것도 복일 수 있다 서러운 이별이라 할 수 없이 봄날 꽃 지듯 세상 떠나 자연으로 돌아가는 순리가 나도 늙었는지 이 봄엔 허허롭지 않게 생각된다 꽃이 피고 지고 새싹이 돋아나는 생의 순리 앞에서 목숨은 다 같지 않은가 어머니도 낙화를 보며 서럽지 않게 꽃다히 떠나는 이별을 꿈꾸실지도 모른다 할미꽃처럼 굽어진 허리를 피지 못해 이 아들의 등에라도 업히시면 좋을텐데 아직도 부축하는 것마져 거부하신 채 명아주 지팡이에만 의지하신다 햇살이 병아리빛으로 눈부시게 빛나고 산벚 하얗게 핀 언덕 봄쑥향기 추억처럼 피어나는 들녘으로 어머니랑 꽃구경 가요 삼월부터 봄이 오면 그렇게 꽃구경 가고 싶어 안달하던 마음도 그 뿐 꽃이 지고 사월이 가고 봄이 가고 있다 아! 올해도 나는 꽃구경가고 싶단 마음을 숨긴 채 어머니 핑계로 칭얼대고 만다 어머니! 봄 비에 속절없이 꽃이 다 지고 말았습니다 혹시 내년에는 꽃구경 갈지 모르니 올해도 잘 견디시고 이 봄 보냅시다 꽃은 다시 핍니다. 죄송합니다
2012년 4월 24일 먼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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