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빛을 닮다

태백선 흥전역에서

먼 숲 2011. 8. 23.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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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내 여정도 구불구불 달려와

멀고 먼 태백선 통리재쯤 다달았으니

몰아 쉰 숨, 목 쉰 기적처럼 내뱉고

이젠 이 쯤에서 스위치 백을 하면 안될까

삶의 협곡은 점점 깊어져 가고 터널은 먼데

숨이 턱에 찬 고개에 흰구름만 높다

오름의 정점은 의미없고

인생의 절정은 지나쳤으니

이제 이 쯤에서 되돌아 내려가고 싶다

산이 등을 보이기 전에 내가 등을 돌려

낮은 곳으로 물처럼 흐르고 싶다

살다보니 생각은 앞으로 가지 않고

거꾸로 뒷걸음질 하며

받쳐진 과거에 지탱하고 있었다

헐떡이며 달려온 여름이

통리재 흥전역에서 잠시 숨을 고르는 팔월

산비탈에 기운 초가을빛 깊어지기 전

서둘러 푸른 시절 돌아나가면

지나친 간이역을 볼 수 있을까

되돌아 나오는 마을길에 과꽃이 붉다

나도 이 쯤에서 슬픈 기적 울리지 않고

느린 걸음으로 스위치 백을 하고 싶다

건널목 앞에 가을이 앞 서 있다

 

 

 

2011년 8월 23일     먼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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