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llaby on grays raining window
낮엔 스콜처럼 서너차례 소나기가 퍼붓고 지나갔습니다 한차례 비가 퍼불적마다 어디론가 흘러가야 하는 습성을 지닌 빗방울들은 낮은곳을 따라 떼를 지어 몰려갑니다 넘치는 것은 고여있지도 못하고 물길을 내며 흘러갑니다 길을 모를때는 물길을 따라가라 했던가요 잠시 내린 폭우는 길을 내며 흘러가고 그 물길은 낮은 곳을 찾아 또 어디론가 떠나겠지요
줄기차게 내리는 빗소리에 깜박 잠이 듭니다 기억의 댐에서 방류된 물살을 타고 나는 혼몽한 꿈을 꾸며 먼 하류로 끝없이 흘러갑니다 그 곳이 바다인지 하늘인지 모르지만 둥둥떠서 넘실넘실 흘러갑니다 범람하는 물길에 뒤척이며 아득한 회향을 하는 꿈속은 때론 잔잔한 수평을 이루며 조각배처럼 떠 있기도 합니다 꿈속의 조각배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흘러가는 걸까요 꿈속은 늘 길이 없는 망망한 바다같았나 봅니다
빗소리가 보입니다 창을 타고 흐르는 눈물같은 소리가 보입니다 자꾸 뒤쫓아 오며 부르는 소리가 문앞에서 끊어집니다 끝없이 읽혀지지않는 분절음이 되어 모르스 부호처럼 연타된 소리들이 기억의 빈 행간을 지나 갑니다 이젠 나에게도 당신에게도 할 말이 별로 없음이 이상치 않습니다
묵언속에 내재된 의미는 더 깊고 또렷할 수 있습니다 축약된 언어조차 불필요한 건 그동안 서로만 아는 많은 습성들을 배웠기 때문일 겁니다 그래선가 살아가면서 가끔은 서로의 약속도 보곤 합니다 관계와 관계사이에도 물길이 흐르고 비가 내리면 우린 어디로 흘러가고 있겠지요
밤새 비는 퍼붓고 흠씬 젖은 꿈들은 물에 흘러 강이 됩니다 빗소리에 젖은 생각들이 흥건히 번져 갑니다 그렇게 두서없는 젖은 생각들을 써봅니다
2011년 7월 27일 새벽 먼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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