쇄빙선을 기다리다

뒷 모습

먼 숲 2011. 3. 7.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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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사진들은 3월 10까지 사간동 ON갤러리에서

수잔 앤드류(Susan Andrews)의 ‘검은 개들’(Black dogs)이라는 전시회에 걸린 작품들이다

수잔 앤드류(Susan Andrews)는 영국 서부 항구도시 브리스톨에서 1958년에 출생하여

런던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하고 ‘Sir John Cass School of Art’ 에서 순수예술을 전공하였으며

1992년 The Royal College of Art에서 MA과정을 마쳤다

현재 Sir John Cass School of Art 의 사진과 전임교수 재직 중이며

영국에서 손꼽히는 컬러 사진작가 겸 유능한 전시 기획자로 활동 중이다

 

■ 전시회는 우울증을 작가의 시각으로 담담하게 그려낸 사진 작업으로

인물들의 뒷모습을 포착한 것이 특징이다

검은 개들(Black dogs)이라는 이 전시제목은 만성 우울증으로 고생하던 영국의 수상 처칠이

 "나는 평생 동안 검은 개 한 마리와 함께 살아왔다." 고 고백하면서

자신의 우울증을 black dog이라고 부른 것에서 비롯된 것이다

최근 몇 년 동안의 Susan의 작업은 정체성과 인식

그리고 기억의 문제에 접근하는 이미지를 보여주면서

사회적 이슈를 사진으로 끌어올리면서 많은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특히 이번 Black dogs 작업은 많은 사람들이 가볍게 여기고 지나가기 쉽지만

우리 사회에 이미 깊숙이 침투해 들어온 우울증을 조명한 작업으로

예술계뿐 아니라, 사회. 인문학계, 심리학계, 정신건강학계의 관심을 끌었다

 

 

 

 

 

 

 

 

■ 인터넷 검색중에 우연히 뒷모습만 찍힌 사진을 보고 그 그림자를 따라가다 보니

수잔 앤두류라는 사진 작가의 작품이 전시중이란 걸 알았다

나이 사십이 넘고 얼굴 윤곽이 무뎌지고 볼록해진 배가 노출되고부터는

정면사진은 아예 거부하며 겨우 뒷모습이나 찍히는 걸 허락하곤 한다

그러나 세월의 흐름이 앞 뒤가 있는 것도 아니니 나이가 드니 뒷모습도 쓸쓸해진다

 

언제부턴가 점점 뒷모습의 사진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유추하거나

지나간 세월속에 드리워진 그림자를 보곤한다

나이 지천명이 넘으면 이젠 그 사람의 마음과 모습도

 뒷모습의 그림자에서도 본 모습이 읽혀져야 하지 않을까

누추해진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지않고 싶은 허허로움을 감추고

봄을 시기하는 마음으로 비탈진 세월의 언덕에 서 본다

 

뒷모습은 공허함의 그림자가 짙다

작가가 의도하는 게 뭔지 잘 모르지만 저 사진들의 뒷모습은

숨겨진 우리의 우울과 쓸쓸함을 이야기 하기엔

너무 평면적이고 빛과 그림자의 입체감이 너무 밝다

뒷모습에 비춰지는 연민과 우수의 그림자가 짙어보이지 않는다

벼랑에 선 슬픔이 아닌 잠시 길을 멈춘 응시의 상념같이 보인다

아마 그것은 배경이 되는 자연의 풍경이 평화롭고 아름다운 탓은 아닐까

 보이지 않는 감정의 그림자까지 비춰주길 바라는 마음이 욕심인지 모르나

난 언뜻 현대인들의 고독과 우울을 그린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같은 공허한 뒷모습의 사진을 원하는 것 같다

 

도심의 뒷골목에 저무는 긴 마천루의 그림자처럼

우리의 지나간 세월의 깊은 공허함은 가늠할 수 없다

어쩌면 그런 감정은 우리의 삶이 유한하다는

어느날 문득 느껴지는 깨달음에서 오는 상실감인지도 모른다

안타깝게도 난 저 사진속에 드리워진 뒷모습의 그림자를 보지 못한다

그것은 아마 상대적으로 지금 내 안이 어두워서일거다

아직 빛이 들지 않는 응달은 잔설처럼 겨울의 그림자가 남아있다

그 겨울의 어둔 뒷모습을 밝은 봄햇살로 지우고 싶다

 

 

2011년 3월 7일    먼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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