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 대한 열정이 온전히 고여들고 삭혀져서 내 마음 단풍처럼 곱게 물들어가듯 그런 시간 , 그런 계절 , 그런 조용한 몰입이 있었을까
눈물 꾹 삼키며 아름다움에 떠는 어느 순간 고요롭게 생의 희열이 마음에 물드는 순간이 온다면 내 그림자도 노을빛 고운 단풍으로 물들어 속절없이 저무는 가을길이 환할텐데
시나브로 단풍이 꽃물처럼 물드는 시간 나는 후회없이 가을 저녁 언덕에 올라 눈부신 억새꽃의 은빛 물결을 바라볼 수 있을까
저녁은 서둘러 오고 내 갈 길은 짧아져만 간다 스치는 바람의 시간이 슬프도록 빠르다 속속들이 단풍은 더운 피처럼 번져가고 나는 이슬젖은 가을꽃 향기가 슬퍼져 그늘진 등을 돌리고 걷는다
어딘가에서 단풍처럼 마음 붉히며 서 있는 사람들 저물어가는 그리움을 활활 태우고 있는 사람들의 따듯한 눈빛이 그리운 계절이다
2010년 10월 11일 먼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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