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위의 休息
아침마다 물보라를 일으키며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매미소리를 들으며 출근길을 오갑니다
작열하는 매미소리의 쟁쟁거림이 환청처럼 오랜 여운으로 남아
문득 나는 어린아이가 되어 이글거리는 퇴약볕에 서 있습니다
그리고 망연히 서서 흰 모래사장이 펼쳐진 바다를 그리워합니다
바다와 그리 멀지 않은 거리에 살면서도
마을을 마당삼아 놀던 유년은 바다와는 거리가 먼 깊은 내륙이였습니다
바다는 여름방학책에서나 그림으로 보았고
파랑색 크레용으로 바다를 칠하며 그려보았을 뿐입니다
여름이면 기껏해야 냇가에서 물놀이를 하거나
버들치를 잡아 어항대신 물병에 넣어 보면서 바다를 그리워했습니다
여름방학이면 뒷산 참나무 숲에서 사슴벌레를 잡아 뿔싸움을 시키거나
말잠자리를 잡아 꼬리에 줄을 매 비행기처럼 날려 보내는 놀이가 고작이었지만
조막손으로 일손을 돕거나 들판을 싸돌아다니느라
그림그리기, 곤충채집이나 식물채집같은 어려운 방학숙제는 하나도 못햇습니다
그 시절 바다는 소라나 조개가 사는 동화속에 나오는 용궁이 있는 곳으로 생각했습니다
어쩌다 보는 조가비나 소라를 보면 아름다운 바다를 그리워했지만
산처럼 몰려오는 파도나
아득한 수평선을 생각할만큼 바다가 큰 줄을 몰랐습니다
이제는 알 것 같습니다
바다는 우리가 사는 인생의 무대였다는 걸
닿을 수 없는 수평선이 우리 생의 꿈이였다는 것을
망망대해에 떠 있는 외로운 섬이 나였다는 것을
밀려오고 부서지는 파도가 우리 생의 하루였다는 것을
그러나 동화속에서 나는 꽃섬에 살면서
뭍의 소식을 그리워하던 커다란 소라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2009 8월 7일 먼 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