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 생
임 후 상
이대로는 살수 없겠다 마음 먹는 일 많지만 찬물에 밥말아 먹듯이 살아집니다 눈물이 다 말라 버릴 정도로 아픈일 많지만 굳은살 베이고 새살 돋는것처럼 그렇게 살아집니다
누구 하나 돌아볼 틈없이 지나온 것이 후회되고 자기 욕심 채린것 같은 마음 한켠이 부끄럽지만 살아온 만큼 알아지고 배워집니다
마음 무너져 내리는일 산처럼 있겠지만 이만큼 살아왔기 때문에 또 그만큼을 이겨 낼수 있습니다
이대로는 살수 없겠다 마음 먹는 일 많지만 찬물에 밥말아 먹듯이 살아집니다 소풍 나온것처럼 살진 못했더라도 당신과의 인연은 소중하게 남겨 두겠습니다
인생은 돌아보는 것이 아니라 한발 더 내딛는 용기로 이어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진 : 네이버 adone0930님의 포토갤러리에서>
씨 뿌리지 않고 경작하지 않은 마음밭은 거둘것도 없습니다
자연이 내게 주고 베푼 결실의 고마움과 사랑을 마음에 담던 고향의 가을은
오래 전 녹슨 삽으로 먼 기억의 고랑에 묻었습니다
어설프나마 나의 땀과 노동으로 일구던 농사는 나의 젊음과 같이 성장하고 나를 키웠습니다
느낌과 교감으로 자연속에서 순한 식물처럼 자라게 했던 아름다운 농토를 버리고
해마다 죽어버린 가을을 바라보기만 한 서른해의 묵정밭같은 세월이 황폐해져갑니다
이제 다시 젊은 날 감옥처럼 답답하고 족쇄처럼 무겁고 힘겹던 나의 농토가 그립습니다
온갖 곡식을 추수하고 마당 한가운데 노적봉처럼 낟가릴 쌓아 본 사람은 압니다
가을은 작은 희망을 일깨워 주고 자연이 얼마나 우릴 행복하고 마음 풍성하게 하는지 알게 합니다
경작은 가장 착하고 정직한 노동이고 같이 숨쉬고 힘들어 하고 바라보곤 하는 교감의 시간이지요
떨어진 이삭, 버려진 낟알 한톨까지 주워 오시던 노모의 지극한 농토의 사랑을 기억합니다
가을이 깊어질수록 내 안의 빈 가을이 숨막히고 답답해 견딜수가 없었습니다
집 안을 서성이던 주말 오후, 질식할 것 같은 답답함에 강화의 낙조대로 향했습니다
눈부신 황금벌판을 가로질러 서쪽을 향한 낙조대에 오르니 마음이 환하게 문을 엽니다
척박한 산비탈에 노란 산국이 한창이고 녹빛 산빛이 수그러들고 있었습니다
벌판길엔 훤칠한 키의 수숫대가 열병식을 하고 한적한 마을길엔 핏빛 맨드라미가 곱습니다
흐린 오후라 노을이 붉지 않았지만 언덕에 앉아 바다에 몸을 던지는 가을 해를 지켜 보았습니다
강화의 해안도로를 돌아 나오고 나서야 답답했던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살아갈수록 이유없이 한번씩 계절병이 도지나 봅니다
죽어버린 내 안의 가을속에선 열병처럼 황홀한 가을의 축제를 그리워합니다
마음길이 삭막하여 며칠동안 글을 쓰고 지우고 합니다
국화 향기에 코를 박고 만취한 취객처럼 정신을 잃고 싶은 가을입니다
볏단이 쌓인 고향 마당에서 신나게 탈곡기를 돌리고 누런 콩마당에선 힘차게 도리깨질을 하고 싶습니다
스파크가 일듯 내 가을의 알곡들이 가을 하늘로 튀어 오르는 풍경을 생각하니 그림처럼 아름답습니다
몇 번 글을 쓰고 지워도 허전한 말들만 너절합니다
2008.10.8 일, 먼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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