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위의 休息

이 한 장의 사진

먼 숲 2007. 8. 22. 12:28

 

 

 

 

 

 

 

 

 

                                                                                                      

                                                                                            <사진작가 박상훈의 작품중에서>

 

 

 

 

 이유없이 야속한 마음들이 습한 우기가 끝날 즈음엔 다 흘러가리라 생각했습니다. 보이지 않는 역류의 물살에 갇혀 젖어있던 날들이 길어질수록 모든 것들에 대하여 야속한 마음만 밀려와 사는 게 참 지루하다는 혼자 말만 했습니다. 하루가 무더운 여름처럼 지쳐가고 불면으로 뒤척일 때 무엇을 깊이 생각하는 게 얼마나 거추장스럽던지요. 저녁이 푹 절여진 푸성귀처럼 숨죽어 있을 때 나와 부딪치고 마주치는 모든 게 얼마나 성가시던지요. 그런날의 연속선상에서  글을 쓰고 詩를 생각한다는 게 얼마나 무기력하고 시시하던지요. "피곤하다" "쉬고 싶다" "자고 싶다" 라는 말들이 수시로 절박하게  한탄처럼 터져 나오는 순간에는 사는 게 참 무의미하다는 헛소리면 족할 것 같은 데도 사는 게 그런 상투적인 말로는 상쇄되지 않아 짜증스러웠습니다.

 

그동안 참 오랫동안 이렇게 단순하고 식상한 마음을 감추고 난 무척이나 가식적인 모습과 가증스런 위선을 감상적으로 떠들어댄것 같아 피식 자조의 웃음을 짓고 맙니다. 이성적이지 못하고 동물적인 습성때문에 몸과 마음이 따로 놀며, 쫓기는 세월과 삶의 무게가 버거워 그냥 "힘들어 죽겠다"는 직설적인 말이면 그만일텐데 왜 어려운 수식어로 복잡한 감정을 만들려 하였는지 어이없기도 하였지요. 한여름 소나기처럼 시원히 울고 살지도 못하는 당신도 세월이 야속하다 생각하시겠지요. 그래요, 가슴에 멍처럼 지워지지 않는 게 평생 무언지 모르겠지만 오늘도 마음 한 구석 손톱달만한 그리움같은 것이 날마다 자라나고 봉숭아 꽃빛 아픔이 지워지지 않는 것 같더군요. 적도를 지난 여름이 많이 기울어 이젠 다홍빛 꽃물이 지워질만한 시간이 흘렀는데도 닫혀진 구석방엔 지금도 습한 곰팡이가 자라고 있나 봅니다. 아직 어리석게도  너무 많은 세상에 대한 야속한 마음과 미안함이 손톱끝에서 붉은 꽃물로 물들어 있나 봅니다.

 

 

2007.8.22 일.  먼   숲 .

 

 

 ( 정말 죽은 듯 자고 싶은 피곤한 아침길에서 뜬금없이 언젠가 보았던 박상훈 씨의 새벽사진들이 보고 싶어졌습니다. 특히 저 한장의 사진을 대하는 순간 밀레의 그림들을 보는 듯한 착각에 마음의 평화가 느껴지며 가슴 한 켠 산들거리는 햇바람이 불어옵니다. 그러고 보니 내일이 처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