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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가 물러난 행길가에 풀벌레 소리가 흥건해집니다 이제 이 여름과도 마지막 작별인사를 하렵니다
목덜미로 흘러내리던 비지땀을 닦으며 아직 식지않은 지열이 끈적거리는 버스정류소에서 막차를 기다리던 삶의 고달픔을 위안으로 삼는 오십 셋에 내게도 더운 여름이 존재해 땀 흘려 일할 수 있음을 감사하게 생각해야 하니 나는 지금 얼마나 불안한 하루를 살고있나 생각케 합니다
우산도 없이 나선 길에 흠뻑 비를 맞을지라도 아직은 천둥 번개에도 놀라지 않고 견딜 수 있는 열정의 여름속에서 일하며 내일은 휴식을 기다리는 순간들이 되기를 바램하는 참으로 초라하고 가난한 속내를 애써 숨기려 합니다
조금은 가을을 반기기엔 두려움이 앞서는 여름 끝에서 쓸쓸히 이 여름의 마지막 째즈를 듣고 있습니다 어느덧 스치는 세월에 약해지는 중년의 뒷모습이 비루한 건 아니겠지요 세월에 약해지는 것은, 당당하지 못한 게 아니라 아무리 속된 세상이라 해도 때론 지나쳐 가는 날들이 여름꽃처럼 아름답게 보여선가 봅니다
나는 내 인생에 대하여 뜨거운 입맞춤도 하지 못했고 나는 내 인생에 대하여 정열적인 프로포즈를 하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수동적이고 미적지근했던 지난날이 아쉽기만 합니다 그런데 벌써 뜨겁던 여름은 가고 철지난 바닷가를 걷는 구월이 옵니다 지나고 보니 인생에서 결실을 거둔다는 가을의 표현은 허무하게 느껴집니다 모든 것이 습하고 물러진 감상의 넋두리인지 모르지만 연민과 사랑의 마음으로 이 여름 마지막 째즈를 듣는 나에게 술 한 잔 권합니다
산그늘처럼 구월이 다가옵니다 가끔 구름을 올려다 보는 날이 많겠지요 서운하지만 여름에게 안녕을 고합니다
2010년 8월 30일 먼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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