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숲 2008. 2. 16. 23:05

 

 


 

 

  

간혹 구름처럼 떠도는 말이 있다

충동적으로 떠나고 싶은 바람같은 언어들이

 요즘사 새삼스레 되새김질 하게 한다

불현듯, 갑자기, 훌쩍, 문득, 때때로, 뜬금없이

이런 바람같은 가벼운 부사들이

마음의 머리끝에서 새싹처럼 쑥 올라와

맴도는 노스텔지어가 되고

외로운 방랑을 충동질한다

 

이탈을 유도하는 이런 구름같은 말들이

예정도 없이 솟아나 떠남을 유혹하는 건

순전히 남쪽에서 불어오는 꽃소식 때문일 거다

모직코트를 벗고 겨울의 터널을 벗어나

풀빛 머풀러에 버버리코트라도 걸치고

길을 나서고픈 방랑기가

남루한 나그네를 서성거리게 한다

 

한송이 매화를 만나 서늘한 눈길 나누고

차 한잔 마시고 싶도록

노란빛 봄볕은 창밖에서 눈부시다

 

터널을 나서면 아련한 봄이다

 

2008.2.18일. 먼    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