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끝의 여백

산촌의 겨울 / 수채화 정봉길

먼 숲 2007. 12. 21. 12:56

 

 

 

 

■   설국 雪國

 

겨울 산촌의 아침을 가보았는지 먼저 물어본다
밤새 꽁꽁 얼어붙은 산과 들은 그 사이로 햇살이 퍼지면서

따뜻한 기운에 하나둘 기운 차리며 겨울의 진수는 시작되고

그늘진 산의 색과 반사된 눈의 대비는 따뜻함을 넘어서 심오함을 준다

 

- 정 봉 길 -

  

 

  

       

 

    

 

 

 나는 자연 속에 있으면은 곧 편안해지는 것을 알 수 있다
그것은 해가 거듭될수록 편안함을 넘어서
때로는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올 때가 있다


하지만 그 자연의 울림을 이 작은 몸으로
어떻게 노래할 수 있겠는가 반문하여 본다

그러나 초록색에서 살아있는 기를 느끼고
늦가을 들판에서 인생을 평온함을 같이 하며
하얀 설국에서 생의 심오함에 나도 모르는 눈물을 짓곤 한다
대지와 대지 사이에서 울림을 느껴보고 싶다

- 작가노트에서 -

  

 

  

 

  

 

  

 

 
 

이제 정봉길 화백의 수채화 사계절중 마지막 겨울을 올리면서

설경이 이처럼 맑고 투명하게 그려진 다른 그림을 보지 못한 것 같다

산촌의 적막함이 오히려 명징한 언어처럼 눈부시다

설국(雪國)이란 단어가 거대하게 보이고 부담스러워

산촌(山村)이란 가난한 이름으로 나즉히 불러보는

 산골의 겨울은 소담하고 청명하고 고요롭다

그림만 보아도 나뭇가지 사이를 지나는 바람소리가 들리고

눈보라가 불어갈때마다 휘파람소리가 난다

발자욱 하나 그려지지 않은 화폭의 설경은

태고의 신비로움처럼 순결하고 적요로워

멀리서 바라볼 뿐 발자욱을 내딛지 못한다

그러나 나의 부끄러운 사족(蛇足)이 순백의 눈길에 오점을 남겼다

                                           눈 쌓인 산촌의 겨울! ... 抒情의 백미는 아닐까

 

2007.12.23일.  먼     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