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의 기침소리
초겨울 밤을 하얗게 새운다
간헐적으로 기침을 쏟아낼때마다
새가슴 같은 아이
파르르 진동을 하고
어미의 쓰린 마음
찬바람처럼 진저릴 친다
사나흘 째 떠나지 않는 감기로
어미는 펄펄 끓는 열 씻어내리느라
시린 손으로 아이의 얼굴 쓸어 내리고
아픈 열 녹이려 밤 새
얼은 가슴으로 아일 싸안았다

이젠 이중창에 막혀
매섭던 겨울바람도 근접하지 못하건만
아이의 숨 찬 기침소리에서 쇳소리가 난다
잦아지지 않는 바람이 쿨럭이며
마왕처럼 문풍지를 맴도는가 보다
안절부절 못하는 어미의 사랑
점점 그 아이를 싸고 도는 한 밤 중
뜨거운 모성 사이에서 나는 한기를 느낀다
내 어미 약손의 온도를 기억하지 못하지만
지금 볼 품 없이 쪼그라든 노모도 그러했으리라
그렇게 아픔을 짚어내며 눈물났으리라
삼경이 지난 초겨울 밤
아이의 기침 소리로 깊어가고
위풍같은 근심으로 뒤척이던 내 기억속에서
유년의 시간들이 잔기침을 해댄다
세월의 목젖에서 넘어오지 않는
마른 가래같은 시간을 삼키며
멈추지 않는 천식처럼 콜록인다

나 어릴적 동장군은 매서워
아랫목 물그릇 꽁꽁 얼던 춥고 긴 겨울마다
마이신 한 알이면 떨어져 나갈 감기가
창호지 문 틈을 점령했고
먼 곳의 개짖는 소리처럼
토담집의 기침소리는 춥고 공허했다
아이가 반복적으로 기침하는 밤
난 폐광처럼 어둔 세월의 동굴속에서
컹컹 울리던 아득한 폐부의 숨 소릴 듣는다
새벽엔 유리창의 성에발처럼
유년의 기억들 엉겨 있으리라
2002.11.15일 . 먼 숲 <오래전 글에서>

사진 < 이 민 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