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산그림자

가로수 길에서

먼 숲 2007. 10. 26. 15:59

 

 

 

 

 

 

 

 

 

 

 

 

오늘 오후 멀리까지 가로수길을 걸었다

회색의 페이브먼트길에도

빈 벤치 위에도 단풍이 곱다

깊어진 우울의 시간이 붉어져

돌연 눈부신 낙엽의 옷을 입는 건

가벼이 넋을 놓고 걸어선가 보다

나무가 저리 꽃잎처럼 물드는 잠시

아무런 의문도 생각도 하고 싶지 않다

시나브로 바람에 떨어져

아름다이 가는 낙엽의 먼 길, 묻고싶지 않다

가는 길이 저리 곱고 가벼우니

단풍같은 미소로 배웅하고 싶다

낙엽진 길을 걸으면 내 발자욱 소리가 들린다

뒤척이는 그 소리를 지우고 싶다

가을이 떠나는 소리를

홍시빛 투명한 시월이 저문다

 

 

2007.10. 27일. 먼    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