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숲에서 오솔길까지

가을영화 『 ONCE 』

먼 숲 2007. 9. 28. 11:54

 

 

 

 

 

 

 

 

 

 

             ★ 이왕이면 먼저 아래 동영상의 음악을 플레이하여 들으시면서 글을 읽어 보시길.... 

 

 

가을로 접어듣어선가 영화 『 원스 』에서 "그"와 "그녀"의 주인공 글렌 한사드와 마르게타 이글로바의 보헤미안적인 가을옷의 낭만과 자유로움이 멋스럽게 나를 사로잡는다. 우리의 칠팝십년대의 젊음으로 다시 돌아가 우수에 젖어 낙엽지는 가을거릴 통기타를 메고 쓸쓸히 걸어보고 싶은 모습이다. 그 때는 억압과 통제의 가난한 가을이였지만, 그러한 환경탓이였을까 풋풋한 나이였지만 인생의 절망과 자유, 고뇌와 철학과 같은 깊은 사색의 오솔길이 더욱 그리웠고 나름대로 자아를 찾아 자유와 낭만을 즐기려 했던 것 같다. 그래선가 영화속의 집시적인 두 주인공 모습이 사랑스러웠고 영화를 보는 내내 습하고 무거운 더블린의 거릴 유랑자처럼 떠돌며 잃어버린 꿈과 낭만을 찾아보고 싶었다. 텅 빈 추석 연휴의 오후, 명동의 작은 소극장에서 영화를 보고 나와 내 젊음의 한 철을 보낸 명동골목을 거닐어보지만 쇼윈도우마다 유행의 물결로 화려했던 그 시절의 명동은 이미 사라지고 노점상으로 붐비는 남대문거리나 별반 다르지 않았다. 잠시 늙어가는 세월을 망각한 채 낭만과 자유의 멋진 피리쟌느를 그리워했던 순간이다.

 

영화는 음악을 하는 두 남녀의 애틋한 사랑의 교감을 노래를 통해 전달하고 감동케 하는 잔잔하고 아름다운 단편적 이야기다. 주인공 "그"는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아버지가 운영하는 청소기 수리센터에서 일을 도우며 뮤지션이 되기 위해 거리에서 노랠 부르며 런던에서 오디션을 보기 위해 자신의 곡을 만들며 근근히 살아간다. 낮엔 돈벌이를 위해 남의 노랠 부르고 아무도 없는 밤엔 혼자 자신이 만든 노랠 부르다 우연히 그 노랠 듣고 말을 거는 "그녀"를 만난다. "그녀"는 체코이민자로서 음악을 공부하기 위해 거리에서 꽃을 팔고 전공인 피아노를 살 수 없어 거리의 악기상에서 연습하는 가난한 학생이다. 더구나 그녀는 결혼을 해서 어린애가 있지만 남편과 별거중인 채 고국을 떠나 음악공부를 하며 힘들게 살아간다. 낡은 기타를 치며 노래하는 거리의 악사와 미혼모처럼 혼자 힘겹게 살아가는 순수한 음악도의 만남의 로맨스는 가을의 애잔한 음악처럼 아름답다.

 

 거리에서 노래를 부르는 "그"와 그의 노래를 들으며 그 노래 속에 숨겨진 사랑의 아픔을 한눈에 알아보는 "그녀"와의 만남은 악기상에서 같이 노래하고 반주해 주며 아름다운 화음을 이루며 음악을 통해 두 사람은 서로를 이해하고 호감을 느끼기 시작한다.  『그녀가 만들어내는 피아노 선율이 나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그녀가 부르는 노래가, 그녀가 만드는 음악이 나의 마음을 사로잡는다.』이렇게 그의 음악을 응원해주는 그녀 덕에 그는 용기를 얻게 되고 런던에서의 오디션을 위해 앨범을 녹음하기로 결심하고 거리의 악사들과 모여 노래를 연습한다.  앨범이 완성 되는 만큼 서로의 매력에 빠져드는 두 사람. 『 그녀는 나의 노래를 완성시켜준다. 우리가 함께 하는 선율 속에서 나는, 나의 노래는 점점 그녀의 것이 되어간다.』 한 곡, 한 곡 완성되는 음악처럼 그들의 감정은 점점 깊어져 가고 그는 완성된 앨범을 들고 런던으로 떠난다. 떠나면서 서로가 헤어졌던 사람과 다시 재회한다고 하지만 그는 가난한 그녀에게 피아노를 선물한다.

 

영화는 저예산 영화라서 작은 소극장에서 보기에 정겨울만큼 화려한 조명과 배경도 아니고 영화속에서의 공간과 거리는 친숙하고 가깝다. 실제 노래를 하던 배우들이라 연주와 노래가 리얼리티하고 라이브 공연을 보는 듯 관객과의 거리감이 가깝다. 지루한 대화가 아닌 음악으로 순간의 감정과 이야길 뮤지컬로 노래해 쉽게 공명하고 음악에 감동하게 된다. 디지탈 카메라의 촬영이라 흔들림과 조명이 낯설기도 하지만 때론 동영상이나 셀카같은 화면도 오히려 미숙한 것 같으면서도 친숙하게 느껴진다. 영화는 길지않은 이야길 군더더기 없이 음악으로 표현하며 관객의 보이지 않는 감정선을 연주하고 같이 노래하고 공감하게 하는 특별한 멜로디를 느끼게 한다. 가끔 공연장에서 가수와 청중의 마음이 하나가 되어 아름다운 물결처럼 흘러가는 모습을 보고 나 또한 같이 노래하고 즐겁고 행복해 눈물 흘리곤 한다. 노래라는 게 무언지, 우린 노래를 부르고 노래를 들으며 막혔던 흐름을 트고 아픔도 치료하며 맑은 공기를 마시듯 삶의 활기를 찾기도 한다. 이 가을 우린 가난한 로맨티스트가 되어 달콤한 노랠 들으며 한 번쯤 포도주빛 낭만을 음미해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2007.9.28 일.  먼    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