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속의 댄서
길은 내가 만들며 간다고 생각했지만 이제 황혼이 지는 언덕에서 내려다 보는 길은 누군가에 의해 내 길은 만들어져 있었고 나는 누군가의 이끌림에 의해 그 길을 걸어 온 것 같았다. 어쩌면 그 길은 "숙명"이란 이름으로 걸어 온 것임을 지금까지의 인생을 돌아보는 언덕에서 어렴풋 아는 것 같다. 그러한 미약한 깨달음 후에야 내 삶의 회한과 원망의 무게를 벗어놓고 삶에 대한 순종과 체념으로 무릎 꿇는다. 가끔 감동적인 영화를 보면서 주인공의 남겨진 여백에 내 생을 등치시키며 자신을 뒤돌아 보기도 한다. 오래 전 흑백영화인 "길"이란 영화에서 본 젤소미나의 백치같은 얼굴과 그녀의 놀란 눈동자가 생생하다. 흘러간 것은 다시 돌아오지 않고 인생의 길은 엇갈리나 종착역이란 시점에 가서야 다시 시작해보려는 잠파노의 탄식처럼 아쉬움으로 통곡하는 가 보다. 그렇게 나도 어느날 백사장에서 파도처럼 철석이며 우는 날 있을 것 같다.
어제 마음에 점찍어 두었던 "어둠속의 댄서"를 오랜만에 비몽사몽 간에 보았다. 영화속의 여주인공인 셀마를 보는 순간 잊혀졌던 흑백사진속의 젤소미나가 생각난다 .젤소미나의 사슴같은 눈과 셀마의 두꺼운 돋보기 안경을 낀 눈의 대비는 열려진 허무함과 닫혀진 답답함의 무게로 극명한 대조를 이루지만 두 주인공의 눈은 오늘 저 가을하늘처럼 푸르고 맑아 바라만 보아도 푸른 눈물이 뚝뚝 질 것 같다. 셀마 또한 젤소미나처럼 순백의 백치미를 가진 배우다. 자신의 눈을 보이지 않더라도 아들의 눈을 고쳐주려고 목숨처럼 모아오던 돈을 찾으려 살인까지 하게되는 비극적 운명의 주인공이다. 셀마는 더이상 볼 수 없는 시력의 절망앞에서 "과거는 보았고 미래는 안다. 나는 더이상 볼 것이 없다는" 비극적 운명의 절규를 하면서 희망과 절망을 동시에 껴안고 지워버리려 한다.
'어둠속의 댄서'는 2000년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여우주연상 수상작이다. 뮤지컬 배우를 꿈꾸는 체코 이민 노동자의 비극적인 삶을 노래한 음악 영화로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이 연출했다. 주인공 셀마를 연기한 여배우 비요크의 아름다운 음색과 청순미가 빛나는 작품이다. 또한 생소한 촬영기법과 뮤지컬이란 형식을 도입한 실험성이 돋보인다. 영화 줄거리는 체코에서 이민 온 가난한 노동자 셀마(비요크)는 유전병으로 시력을 잃어 가면서도 뮤지컬 같은 세상을 꿈꾸며 살아 간다. 그녀의 유일한 희망은 같은 병을 앓는 아들 진이 장님이 되기 전에 눈을 수술해 주는 것이다.
셀마는 밤낮 없이 일해 수술비를 거의 다 모으지만 )이 그녀의 돈을 훔쳐 간다. 일 할 수 없을 정도로 시력이 나빠진 그녀는 해고당일 집으로 돌아와 그동안 악착같이 모아둔 아들의 수술비를 찾으나 도둑도 아닌 믿었던 이웃이자 경찰인 빌(데이비드 모스)에게 도둑맞음을 알게 되고 빌과 실랑이를 벌이다 실수로 경찰을 죽이게 되어 버린다. 그녀는 살인죄로 법정에 서게 되고 주위사람들은 변호사 선임을 권유하나 셀마는 아들의 수술비를 그런곳에 쓸수 없다며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다. 이상이 이 영화의 대략적인 줄거리이다
체코출신의 이민자 이 점에서 부터 그녀는 사회와 융화될수없는 장애인을 뜻하는 느낌이 든다 .우리 사회에서 이런 영화같은 상황은 없더라도 우리 자신들이 영화속 셀마를 해고시킨 공장 주인이거나 돈을 훔쳐간 경찰관 빌 처럼 장애인들에게 마음적으로 칼을 들이댄적이 다 있을 것이다. 내 자신도 그랬으니까. 나와 다른 장애인이라고 멸시하고 질타한적이 없진 않았는가? 비록 스스로는 느끼지 못할지라도 조그만 행동에서 그들에게 상처 준적은 없는지..
사람은 모두 자신의 몫인 짐을 가지고 있다. 자신의 인생의 짐을 말이다. 장애인은 그 짐에 육체적으로 아니면 정신적으로 조금 더 짐을 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그들의 짐에 멸시와 질타, 소외감이라는 짐을 더 얹어 주고 있진 않는지.. 영화 주인공 셀마에게 대한것처럼 마음적으로 고통과 삶의 희망마저 빼앗아 간 행위는 하고 있진 않는지.... 어둠속의 댄서가 뜻하는 것이 바로 장애를 가진 사람으로 직역할수있다. 장애인들도 이제 그만 어둠의 댄서가 되지말고 빛의 댄서가 되도록해야한다. 장애또한 하나의 개성이다. 남들과 다를뿐 그게 무슨상관이란 말인가...그리고 비장애인들 또한 장애인들을 어둠이라는 궁지로 몰아 세우지 않아야 한다. 스스로의 존엄성과 서로를 존중하는 사고를 가져야만 세상에 어둠의 댄서가 사라질것이다. 여기 셀마의 노래를 듣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