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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치아 광장에서
팝콘처럼 터지며 날아가는 비둘기떼들을 보며
초록빛 수로를 흔들리며 가는 날렵한 곤돌라를 따라 흘러가며
해안에 빽빽히 정박한 낙엽같은 요트들의 안정감을 바라보며
여기저기 궁전처럼 고풍스런 성당의 둥근 돔과
해풍에 살랑대는 아름다운 장식의 들창을 열어보며
어느날 사는 것은 이처럼 꿈같은 순간도 있어
그 창가의 빨간 제라늄꽃이 될 수도 있었다.
이국의 안개속에 번져오는 풍경들이 모짤트의 음악처럼
그렇게 경쾌하거나 우아한 리듬감으로
삶의 행보를 즐겁게 할 때도 있었다.
지난 그 순간들이 그렇게 꿈속처럼
아련하게 멀어져 가는 만큼 반대로
이제 살아갈 날들이 내가 헤쳐나가야 할 가시덤불처럼
얽히고 설키며 장벽으로 다가서고 있었다.
늘 그렇게 세상 이치는 정비례보단 반비례적인
상대적인 양극으로 대비를 이루고 있었다.
세상이 저 흰구름처럼 그런 뜬구름이 아니었거늘
지나고 나니 그 숱한 고민과 슬픔을 견디며 나를 가꿔 온 날들이
흘러가버린 뜬구름처럼 느껴진다.
이제 오직 내가 짊어지고 가야할 무거운 책임감만 살아나고
내가 감당하고 풀어나가야할 문제들이 아침마다
식탁에 먹어야 할 양식처럼 올라와 있다.
자아를 생각하고 새처럼 내 꿈을 향해 날아보고팠던
그 순간들이 그리도 순식간에 날개를 꺾고 추락할 줄은 몰랐다.
어쩌면 자아라는 개체는 우리라는 또 하나의 개체를 위한
전초적 자리매김이였던 것처럼 느껴진다.
솔직히 이젠 자의든 타의든 나보단 내가 이룬 우리라는
그 공동적 의미의 목표를 위해 살아야 한다.
가끔 그 상황이 싫어서 떠난다고 했던 지난 날들을 그리워하며
이미 무효화된 자신의 바램에
실없는 후회를 바람처럼 흘려보기도 한다.
항상 살아 온 날보다 살아갈 날들이 중요한 것을 안다.
이젠 봄이 되어도 떠나고픈 마음의 날개를 달지 못하고
벚꽃처럼 하얗게 흩날리며 하늘을 날던 광장의 비둘기떼도
나그네의 마음에 鄕愁를 일게 하던
빨간 제라늄이나 시클라멘트꽃도
내 마음의 구석에서 그림자로만 남았다.
그 순간은 꿈이 아니였는데 꿈결같았다.
그래 사는것은 늘 꿈이였지.
2001.3.10일. 추억의 오솔길.
<사진 네이버 유러피안님 포토갤러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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