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山이라면
인적 없어도
누군가 먼저 간 나그네의
고적한 발자욱만 따라가도
그 사람의 온기가 있어
길을 잃지 않을 겁니다
그 山이라면
산섶 풀향기 짙어
어둠 깔린 산길에서도
달빛 사라진 그믐밤에도
풀빛 오솔길의 기억만으로
봄이 오는 길목을 알게 될 겁니다
그 山이라면
바람소리만 살아
산골짜기 메아리만 귀 기울여도
나를 기다리는 사람의
적막한 휘파람 소리 들려
산 새 소리 끊긴 겨울산에서도
길을 잃지 않을 겁니다
그 山이라면
산을 넘는 구름도 많아
속세의 그리움 실어 보내고
굽이굽이 嶺도 많아
세월 넘는 고달픈 심사
구름되어 쉬어도 갈 겁니다.
그 山이라면
골골이 품도 넓어
좁은 마음 품어도 주고
첩첩산골 물길도 깊어
눈물진 시름 풀어놔도
소리없이 흘려 보낼 겁니다.
2003.2.2일 추억의 오솔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