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내 우리들은 산을 털어 토끼를 몰고 개울 얼음을 깨 잠든 피라미를 잡아 소주추렴을 하였다 곱은 손으로 청솔까지를 꺾어들고 숯막의 낮은 추녀와 쌓인 눈이 맞닿을 때까지 고함을 지르며 날카로운 얼음조각이 뒹구는 개울가에서 발에 동상이 드는 줄도 모르고 산 너머 너머를 바라보았다 마을의 겨울꿈들은 언제나 서편 하늘에 붉은 노을로 걸리고 그 겨우내 우리는 한 페이지의 새마을 잡지도 읽지 않았다 뱉어도 뱉어도 줄창 쏟아지는 하늘의 젖빛 가래 가짓대를 삶은 물에 동상이 든 손발을 적셔주면서 어머님은 낡은 옷고름에 눈물을 찍어올리고 감옥소에 갇힌 동생에게서도 소를 팔아 변호사를 사러 간 아버지에게서도 편지 한 통 눈발 속에 넘어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