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읽는 詩

음 악 / 복 효 근

먼 숲 2007. 1. 29. 10:55

 

 

 

 

 

 

 

 

     음    악

 


                                     복  효  근

 

 

     신의 악보는
     딱히 오선은 아니어서
     더더구나 직선만은 아니어서
     저 넌출넌출 산 능선과
     그 사이로 굽이굽이 사라져
     보이지도 않은 강줄기가 그것이리라
     세상의 모든 길과
     사람 사는 동네로 휘어드는
     몇 가닥 전선줄도 악보 아니랴
     무리져 날아오르는 새는 그의 음표일러니
     또 새들만이랴
     그 아래 식솔들 데리고 땅을 일구는 사람만큼
     또 높은 음표 어디 있으랴
     길가에 구르는 돌멩이
     올망졸망 능선의 무덤들
     숲 속 벌레 한 마리까지 음표였구나
     저 천리 밖 숲가에
     나무 가지 하나만 부러져도
     이 음악은 화음이 틀어지기도 해서 
     삶과 죽음의 자세가 우주보다 어렵다
     신마저도 지울 수 없는 이 엄연

     그러니
     보이는 것만이 음악이랴
     고요만큼 장엄한 연주가 다시없느니
     어찌
     들리는 것만이 음악이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