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완행버스에서
최 정 규
첫서릿발 이고 섰는 들국화가 쇠달구는 대장간 총각처럼 다부지게 피어있는 장날 오나행버스에서 새 운동화를 무릎 위에 올려놓고 요리조리 매만지며 들여다 보는 소년이 있다 무얼 얻으면 저렇게 좋아할까 무 배춧단 엮어 팔아 자식품에 안겨준 운동화가 소년의 발을 굵고 튼튼하게 키워내 뛰고 싶고 가고 싶은 대로 발떼게 하여 결국은 좋은 세상도 이루어 놓는 것을 끈 끼우는 구멍마다 몽실몽실 새어나오는 소년의 환한 웃음이 늦가을 완행버스에서 가득차 얼핏 넘보는 겨울바람도 두렵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