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읽는 詩

얼음수도원 2 / 고 진 하

먼 숲 2007. 1. 29. 09:54
 
 

 

 

 

 

        

 

 

 

 

     

 

 

 

얼음수도원 2

                            

                                              고 진 하 

 


            - 피정일기

 


두꺼운 방한복을 뒤집어쓰고
스키를 질질 끌며 그곳에 가도
내가 머물 영혼의 의자는 없겠다.

잔디 한 뿌리 자랄 수 없는 빙원이니
내 죄의식과 불안을 자라나게 할
고해소도 없겠다.

고해소가 있다 한들
그곳을 찾아가다가
입이 얼어붙어 죄를 고백할 수도 없겠다.

무슨 경전이라곤 쓰여진 적이 없는 곳,
죄도 은총도 서식할 수 없는 곳,
신의 지문(指紋)이라면
얼음계곡에 묻힌 오랜 물고기의 뼈다귀들뿐이겠다.

광막한 얼음황무지, 지옥의
국기를 꽂기 위해 찾아오는 탐험가들만
잠시 머물다 떠날 뿐이다.

오늘도 난 스키를 지치며 그곳에 다녀왔다.
없는 영혼의 의자를 그곳에 마련해 두고 왔다.
상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