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행입니다. 해안도로를 따라 도는 바다는 간조의 시각이였지요 갯바닥을 들어 낸 썰물의 시간은 그리 막막하지 않았지요.
바다가 목구멍까지 차 올라 찰랑거리면 해질녘까지 돈대에 올라 마냥 가을바다에 젖어 있었겠지요 그리고 철지난 동막해수욕장은 텅 빈 백사장이 없다는 것으로 위안입니다 추억으로 서성거리지 않았으니까요.
그 때처럼 갈대가 피었지요. 메뚜기가 푸드득 거리는 수로를 따라 머릴 쳐박은 까투리의 무리들처럼 이젠 섬이라 할 수 없는 해안가에 숲을 이룬 갈대가 하얀 꽃을 피었습니다.
갈대는 아직 마른 소릴 내지 않기에 구월은 외롭지 않지만 십일월의 갈대는 그 서걱거림 만으로도 날카롭게 가슴을 베이겠지요 허릴 꺾인 채 신음하던 갈대의 모습을 기억합니다.
방파제를 따라 코스모스가 만발해 있었지요 꼬불꼬불 그 길을 돌아 갈 적마다 추억은 거꾸로 되돌아 오고 있었지요 코스모스 핀 해안도로를 따라서 하늘하늘 코스모스처럼.
2002.9.23일. 먼 숲
■ 오래된 메모 "추억의 오솔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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