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무늬 원피스
꽃망울처럼 부푸는 젖가슴을 숨기려고
네 손등처럼 볼록한 부레지어로
애비 몰래 부끄럼을 가리는 네게
이젠 아기란 어린 말은 말아야지
동그란 하품을 하던 첫 탄생이 엊그제 같은데
너는 오래전부터 꽃무늬 원피스를 입지 않았지
모란이 흐드러진 덕수궁 뜨락에서
오월의 꽃들이 네 작은 치마자락에 피어나
나비는 널 쫓아 가고 너는 나비를 따라갔는데...
네가 아장아장 걷던 새싹같은 세상은
너의 존재만으로도 아름다웠고
아빠라는 젖내나는 이름이 행복했단다
해마다 문지방에 키재기를 하지만
너보다 빨리 자라는 푸른 나무는 없었다
유실(流失) 되었던 내 꿈조각들이
커가는 네 모습에서 볼 수 있어
언제나 너를 보면 가슴에 강이 흐른다
너의 튼실한 뿌리가 그 江心에 있어
너를 바라보는 언덕은 늘 싱그럽고 푸르다.
2004.5.2일. 먼 숲
■ 옛 글 "추억의 오솔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