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숲에서 오솔길까지

처음 기억을 읽는 가을

먼 숲 2007. 1. 26. 13:34
 

 

 

 

 

 

 

 

 

 

 

 

 

 

 

 

 

 

 

 

 

가을이 되면 자주 처음을 생각케 합니다. 아니 가을이 되고 나서야 처음의 기억으로 돌아가곤 합니다. 내가 처음으로 만난 모든 것들의 순간, 내가 처음으로 알게 된 인연들과 만나기 전의 첫 설레임과 처음 만난 첫인상의 반가움이 새록새록 돋아납니다. 내가 처음 알게 된 풍경과 책과 詩와 음악과 우정과 슬픔과 아픔과 서러움과 기쁨까지 내 생의 나날은 처음 대면한 기억의 첫 페이지부터 시작합니다. 회상이란 가을의 산책은 기억의 첫 발자욱을 찾아가는 느린 걸음입니다.

 

내가 나를 인식하는 내 모습의 첫 기억부터 이어진 세월의 한 순간들 중 그렇게 처음으로 기억되어 남아있는 흔적들은 내 생의 1퍼센트나 될까요?. 되돌아 보며 내 기억의 편린을 들쳐 보게 되면 소설처럼 두꺼울 것 같은 내 이야기들이 종이 한장도 안될만큼 가볍고 보잘 것 없음에 허허롭기도 합니다. 그러나 바람같은 가벼운 날들도 겹겹으로 내 기억의 갈피에서 빛바랜 한 페이지가 되어 가을이 되면 그리움의 책장을 넘기게 됩니다. 마음에 빛이 스며 그림자를 이루고 그 처음의 기억이 모여 추억이 되었나 봅니다.

 

사노라면 날마다 똑 같은 날 같았는데 조금조금의 변화가 지금의 세월을 만들었고 그 중 1퍼센트나 될까 한 꽃 피듯 피어난 새로운 변화의 순간이 잊혀지지 않고 내 안에 추억의 꽃으로 피어있었으니 짧은 생일지라도 허투른 세월을 살지 않고 나라는 모습을 가꾸어 왔나 봅니다. 무엇이 되고자 했고 무엇을 추구하고자 했고 무엇을 소유하고자 했던 무수한 욕망의 꿈들이 살면서 무상해지는 걸 알면서도 그렇게 찾고자 했던 무엇이 있었기에 살아왔나 봅니다.

 

나를 존재하게 한 모든 내 처음의 기억들을 떠 올려 봅니다. 누구나 다 그러하겠지만 누구나 다 그러한 처음을 살았겠지만 내 안에 각인되어 있는 처음의 순간은 오랜 시간이 흘러도 과거가 아닌 처음입니다. 그러고 보면 세월은 변하는 게 아니라 지나가는 건 아닐까요. 먼지같은 순간들이, 찰라의 순간들이 바람처럼 지나간 건 아닐까요. 어느날 태어난 하나의 존재가 연속적으로 필름이 돌아가듯 처음의 순간들로 이어져 스쳐간 건 아닐까요. 오늘도 처음 한 순간이 되어 내일로의 이어짐이겠지요

 

처음 순간의 기억들을 회상합니다. 그 애틋한 내 사랑의 순간들을 그리워합니다. 지나왔지만 처음으로 기억되는 모든 추억의 아름다운 날들을 떠 올려 봅니다. 누구와도 바꿀 수 없는 내 시간들은 소중하고 아련하기에 이 가을 지난 날들이 허망하다고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괴롭고 슬프고 아팠던 날까지 소중해지는 내 생의 날들이 있어 나는 존재하고 앞으로도 살아가겠지요. 처음의 순간들을 기억할 수 있기에 행복합니다. 생각해 보세요. 누구나 그런 날들이, 그런 순간들이 참으로 많지 않나요. 그립고 소중하지 않나요. 언제나 누구에게나 끝이 아닌 처음의 기억으로 남고 싶은 가을입니다.

 

 

 

2006.9.19일.   먼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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