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산그림자
하지夏至가 오면
먼 숲
2007. 1. 26. 11:58
하지 夏至가 오면
하지夏至가 가까운 지평선에서 이글거리며 노을속으로 떨어지는 저녁해를 보면 내 지난한 생의 굴레도 지구가 도는 자오선의 궤도를 벗어나지 못하고 반복되는 하루를 살았다 이미 태양처럼 끓어오르는 열망으로 욕망이 밀림을 이루던 젊음도 한 생의 적도를 지나자 땅과 하늘이 맞닫는 지평선에서 석양에 불 타 사라지는 신기루의 현상일 것 같아 여름날 벌거숭이로 연못에 뛰어드는 어린아이처럼 펄펄 끓는 석양을 향해 힘차게 도움닫기를 한다 지금껏 살아 온 순간의 호흡을 모아 마지막 기적을 울리는 열차처럼 멈추지 않고 달려가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서쪽을 향해 가는 여름의 정중선에 서면 나는 지구가 둥글다는 정설을 믿고싶지 않다 어두워지는 지평선의 끝은 분명 아득한 이과수 폭포처럼 낭떠러지가 있어 꽃빛 노을이 물보라를 일으키며 흘러 내릴 것 같았다 어둠의 불랙홀을 향한 열망은 또 다른 피안을 향한 소멸일 수 있다 미련없는 꽃잎의 무게로 질주해 아름다운 포물선을 그리며 멀리뛰기를 한다
2005.6.12일. 먼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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