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루 휴식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모두 다 나간 빈 집에서의 호젓함인데 이완되지 못하는 이 긴장감. 잔뜩 할 일이 있는 것 같은 미진한 마음의 상태입니다.
아마도 쉴 자리가 아닌가 봅니다. 쉴 때가 아니겠지요. 최대한 거릴 둔다고 생각해도 아등바등대는 속모습을 감추고 맙니다.
대충 빈 자리를 정리하다 우연히 냉동고를 열게 되었습니다. 꽉 찬 냉동물들이 허옇게 성에를 달고 쟁여져 있습니다. 그 중 무엇 하나를 꺼내자
와르르 도미노현상처럼 무너지는 냉동물 검은 비닐 주머니로 얼려져 있는 것이 발 아래로 툭 떨어집니다.
내 안에 어딘가에 저렇게 돌덩이처럼 굳어져 있는 죽어있는 냉동물이 가득 쌓여 있는 것 같았지요. 이젠 해동되지 않는 그 무엇들이...
우기의 계절에 여전히 젖고 눅눅한 글을 쓰고 맙니다. 아마 그게 본성일겁니다. 결코 늙진 않았지만 그만큼 살았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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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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