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산그림자

오전 열한시의 풍경

먼 숲 2007. 1. 26. 08:44


 


오전 열한시는
먼 마음길의 가장자리처럼 한가롭다.
잠시 은행가는 길가에
바람이 몸서리 칠 적마다
노란 은행잎이 우수수 쏟아진다.

 

은행잎은 그렇게
갑작스럽게 일시에 몸을 벗는 것 같다
아직 한기가 느껴지지 않는 바람결이
사거리 신호등 앞에 서 있어
빨간불이 켜 있는 정차선 앞엔 수북한 낙엽이다.

 

 

 

 

 

 

 

구청앞 계단에 기대어
정신을 놓은 여자가
바람같이 담배 연기를 뿜어낸다.
낙엽이 바람처럼 공중제비를 돌거나
때묻은 얼굴을 스치고 가면
그 여잔 알 수 없는 깊은 독백을 쏟아낸다.


저리 할 말이 많은 걸 보면
정신을 놓는다는 말이 틀린 것 같다.


밥집들이 늘어 선 골목길로
1톤 트럭이 들어서며 확성기로 길을 연다
알타리 한단에 이천원!...
궁뎅이가 실한 알타리가 허연 살을 내놓고 가득 실려있다.

 

어느 먼 산비탈의 흔적일까
토실한 궁뎅이마다
빨간 황토흙이 말라 있다.



2003.11.21. 섬

 

 

 

 

 

               ( 사진 김선규 기자의 홈에서 )